스타트는 이재명 지사가 먼저 끊었다. 지난달 24일 이 지사는 신천지 종교시설을 강제 봉쇄하고 집회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긴급 행정처분을 내렸다. 25일에는 제2의 대구사태를 막겠다며 신천지 과천본부에 직접 들어가 강제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신천지 측으로부터 전체 신도 명단을 제공받기로 발표했지만, 신천지 측 제공자료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이 지사의 판단에 따라 강제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당시 이 지사는 현장에서 조사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1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12개 지파장을 살인죄·상해죄·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지사는 곧바로 2일 이만희 총회장이 코로나19 검사를 정식으로 다시 받아야 한다면서 오후 9시께 신천지 연수원이 있는 경기도 가평 '평화의 궁전'을 급습하는 등 경쟁적으로 신천지 압박 행보를 이어나갔다.
급기야 지난 3일 두 사람은 영상회의를 열고 서로의 행보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역시 이 지사님은 '사이다'"라고 말했고, 이 지사는 "사회적 문제 대응에 박 시장님을 따라가겠냐"라며 화답했다.
박 시장은 "이 지사가 신천지 대응하는 것을 보니까 이만희 검체 채취하는 것 등 정말 잘하시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이재명 지사는) 답답한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사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지사도 "(사회적 문제 대응에) 서울시장을 어떻게 따라가겠느냐"며 "서울시 정책이 많은 도움을 준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광역단체장으로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공공분야에 대한 책무 이행 성격도 있지만, 개인적 행보에 치중된 일종의 퍼포먼스성 행동이 부각되면서 잠룡경쟁에 열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재명 지사의 행보가 일부 이해는 되지만 실무자가 아니라 꼭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하는 필연성이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박 시장과 이 지사가 현 상황에서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에 대해선 찬성하지만, 이 과정에서 계속해서 개인의 행동이 부각된다면 차기 대권을 의식한다는 등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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