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법은 당초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 후 무난히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여당이 표결에서 무더기 반대표를 던져 처리가 불발됐다. 여야는 4월 임시국회를 열어 다시 법안 처리에 나서기로 했지만, 개의 시기가 총선 이후라는 점에서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의원 개개인의 소신투표가 만들어낸 결과였지만, 본회의 진행에 혼선이 일어난 것은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정무위원회 간사 간 약속인 법안 처리가 지켜지지 않은 것은 결론적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예상을 벗어난 인터넷전문은행법의 부결로 통합당 내 추가경정예산 처리 미협조 등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를 달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코로나19 사태로 간신히 조성된 여야 협치무드가 깨져 법안 처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지난 5일 개최된 국회 본회의 안건 중 23번째로 상정된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찬성 75명·반대 82명·기권 27명으로 처리가 무산됐다. 통합당 의원들은 즉각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하며 여당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법을 '패키지'로 처리하기로 했던 여야 암묵적 합의를 여당이 일방적으로 깼다는 것이다. 소비자에 대한 설명 의무 등 주요 판매원칙을 위반한 금융사에 대해 수입의 최대 50%의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인터넷전문은행법 직전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원내대표는 4월 임시국회 회기 내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다시 발의해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에 대해 나머지 법안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날 본회의는 통합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퇴장에 따른 본회의 표결 의결정족수(재적과반 148명) 미달로 파행됐다.
이 원내대표의 사과로 통합당이 본회의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이날 본회의도 정상적으로 개의될 예정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법안은 선거구 재획정안이다. 21대 총선이 불과 40여일 남은 만큼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여야 3당 교섭단체 합의안을 반영한 재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160여건의 민생법안들도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타다 측의 거센 반발에도 택시업계의 표심을 의식한 여야 의원 상당수의 찬성표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구제범위 확대 등이 담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민간부문까지 확대하는 '미세먼지 특별법' 등도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 처리될 전망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