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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셰일석유업체들, 유가 전쟁에 줄도산 위험 고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9 11:18

수정 2020.03.09 11:18

/사진=뉴시스 외신화상
/사진=뉴시스 외신화상

[파이낸셜뉴스] 미국 셰일 석유업체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유가 전쟁 충격으로 줄도산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전세계 확산에 따른 석유수요 둔화와 유가 폭락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유가 전쟁 쓰나미까지 덮치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업체들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이하 현지시간) 미 셰일 석유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결국엔 줄도산 할 위험이 높아졌다면서 9일 장이 열리면 쓰나미가 몰아닥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조만간 미국 시장을 포함한 주요 시장에 석유공급을 크게 확대하고, 대대적인 가격 할인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가격 전쟁을 알리는 선전포고가 되는 셈이다.

아직 가격전쟁이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미 셰일 석유업체들은 이미 심각한 상황에 놓인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그동안의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높였다는 분석들이 줄을 이었지만 실제 경쟁력은 그다지 높이 않아 유가 회복 기간에도 재무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파산 위험을 가까스로 비켜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왔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수요둔화로 유가가 폭락하면서 상황이 악화한데다 사우디와 러시아간 석유 가격전쟁까지 시작되면 살아남지 못하고 쓰러지는 기업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9일 장이 열리면 미 셰일석유업체들에는 피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다이아몬드 힐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존 매클레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말 그대로 미 고수익 채권 발행 에너지 생산업체들에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게 됐다"면서 "9일 장에서는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셰일석유업체들은 미 고수익 고위험 정크본드 시장에서 가장 발행 규모가 큰 업체들이다. 고수익 채권 시장에서 발행된 물량의 11%를 차지한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 또는 그 이하로 'BBB' 이상인 '투자등급' 회사채에 비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훨씬 더 높다.

문제는 이미 고수익 미 에너지 업체들의 채권이 지나주 위험영역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미 채권업체들의 수익률이 미 국채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은 위험영역에 들어선 상태다.

ICE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6일 현재 수익률 격차인 스프레드는 11%포인트에 육박했다.

수익률 급등은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한다.

라레도 페트롤리엄이 발행한 2025년 만기 6억달러 규모의 채권 가격은 6일 전일비 10% 하락해 액면가 대비 58% 수준으로 추락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체사피크 에너지의 2025년 만기 22억달러 규모 채권 가격 역시 이날 10% 급락해 액면가 대비 40% 수준으로 붕괴됐다.

1월초 발행된 레인지 리소시스의 5억5000만달러 규모 채권 역시 약세를 거듭해 지금은 액면가 대비 65%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따뜻한 겨울 날씨에 전세계 수요감소로 천연가스마저 가격 하락을 보이고 있어 에너지 업체들이 기댈 곳이라곤 없다.

다이아몬드 힐의 매케인은 "이같은 약세가 일정 기간 지속되면 에너지 업체 채권의 구조조정 파도가 본격적으로 몰아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황이 본격화하면 투기등급이 아닌 투자등급 에너지 업체들도 궁지에 몰릴 전망이다.

에너지 업체들의 경우 투자등급 맨 아래인 'BBB' 등급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전체 투자등급 채권의 11% 수준을 점하고 있는 에너지 업체들의 경우 유가전쟁이 본격화하면 현금흐름에 심각한 압력을 받게 되고, 이때문에 신용등급이 한계단만 밑으로 떨어져도 자금조달 비용이 급등하게 된다.


러시아가 미 셰일석유 고사를 노리고 감산합의를 거부한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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