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꽁꽁 얼어붙은 항공사 취업문… 국내 8개 항공사 "안뽑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5 16:35

수정 2020.03.15 16:35

에어프레미아 150명 모집이 전부
에어부산·아시아나 등
신규채용 계획 취소 잇따라
델타·콴타스·노르웨이 에어셔틀
무급휴가·임시해고 등 비상경영
꽁꽁 얼어붙은 항공사 취업문… 국내 8개 항공사 "안뽑는다"
꽁꽁 얼어붙은 항공사 취업문… 국내 8개 항공사 "안뽑는다"
"채용공고가 뜨질 않네요. 더 이상 항공사 승무원만 준비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항공업계를 덮치면서 승무원을 꿈꾸던 취업준비생 A씨는 최근 승무원 준비생들이 모인 소셜미디어(SNS) 오픈채팅방에 '포기 선언'을 했다.

기존 임직원들에 대해 무급휴직을 실시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항공사들은 구조조정만 하지 않아도 다행이라고 말한다. 항공업계 취업시장은 올해 구인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최악의 시련을 주고 있다.

■'된서리' 맞은 인턴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국내 8개 항공사 중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을 뽑는 곳은 전무하다.

신생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프레미아가 150여명 규모의 객실 승무원을 모집하는 게 전부다.
업계에 따르면 신입 항공 승무원 경쟁률은 통상 80~90대 1로 항공사 신입 객실승무원 공채가 뜨면 1만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원서를 접수한다.

반대로 신규채용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말 독일 함부르크에서 제작을 완료한 중거리용 항공기 A321네오LR을 도입할 예정인 에어부산은 4월 수 십명 규모의 객실 승무원 채용을 미루기로 했다. 통상 항공기 1대 당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 정비사 등 약 50여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다. 앞서 에어부산은 A321네오LR을 부산~호찌민 노선에 투입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베트남은 현재 한국발 항공기 승객에 대한 입국을 제한해 인력 충원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인턴'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중국 항공사 동방항공은 2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한 한국인 승무원 70여명에게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번에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은 승무원들은 2018년 1월에 입사한 승무원들이다. 그동안 동방항공은 신입 승무원을 뽑으면 2년간 인턴으로 근무하고, 큰 문제가 없으면 대부분 계약을 연장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 인턴들 역시 이례적으로 절반 가량만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업계에선 현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일본 불매운동으로 항공사 실적이 악화됐다고 했던 때에도 신규로 1500여명을 뽑았다"며 "특히 LCC들은 매년 공격적으로 기재를 도입하면서 신규 채용을 늘려왔지만 지금은 기존 직원들조차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존 운항의 80%이상이 감소한 탓에 기존 직원들에 대한 휴직 권고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항공사들도 '코로나 한파'

업계 맏형인 대한항공조차 390여명의 외국인 기장·부기장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휴직기간은 4월 한달으로 현재 50여명이 신청한 상태다. 휴직기간은 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도 있다. 여타 항공사의 경우 1월부터 전직원 대상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한항공은 가장 늦게 도입했다. 이달 초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1~3개월의 희망 휴직을 접수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3월 전 직원이 10일간 무급휴직을 실시 중이다. 사장은 급여 전액을 반납하고, 임원진과 조직장도 급여를 삭감(30~50%)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전직원대상 1개월 무급휴가를 도입했다. 에어부산은 임원과 조직장 급여 10~30%, 에어서울은 부서장과 경영진이 3월 임금 전액을 반납한다. 티웨이항공도 1개월 무급 휴직제를 도입했고, 제주항공은 최대 4개월 유급(급여 70%) 휴직제를 운영한다. 이스타항공은 전 직원 2월 급여 60%를 미지급했고, 무급휴직을 운영 중이다.

다만 이는 국내 항공사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국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조차 지난 10일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자발적 무급휴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델타항공은 이미 국제선 항공편의 25%, 국내선 10~15%를 감축했다. 호주 국영 콴타스항공은 국제선 항공편의 25%를 감축하고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권하고 있다.


콴타스항공 CEO도 3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에어셔틀은 직원을 임시 해고 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한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할 경우 세계 항공사가 1130억달러(약 135조원)의 매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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