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놓고 특정 국가가 개발한 생화학 무기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인도발 ‘중국 음모론’이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세와 감염 공포가 이 같은 음모론으로 발산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의 한 야당 지도자인 매니쉬 테와리 의원은 지난 주 자신의 트위터에 코로나19에 대해 ‘생물무기’, ‘테러행위’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달 23일에도 미국 작가 딘 쿤츠의 소설 ‘어둠의 눈’에 담긴 내용대로 중국의 무기설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우한400’이라고 적힌 이 책의 스크린 샷을 게시했다. 이 트윗은 수백 차례 리트윗되고 많은 댓글이 달렸다.
테와리의 이 같은 글들은 코로나19가 중국의 한 연구소에서 국가 지원을 받아 개발됐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SCMP는 해석했다.
또 인도에선 중국 당국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들을 살해했다는 가짜뉴스나 중국인의 식단을 조롱하는 글들, 사이비 치료법 등도 난무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인도에서 4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왓츠앱에서도 중국 관리들이 시민들을 난폭하게 다루는 장면, 우한 거리에 노숙자들이 시신이 되어 누워있는 영상 등이 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왓츠앱의 한 영상에서 중국 공안들이 차를 세우고 운전자에게 내려달라고 하는데 그가 협조를 거부하자 그물을 던져 체포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 동영상은 중국 허난성에서 이뤄진 모의훈련 장면이라고 인도 언론이 보도했다. SCMP는 “인도에 잘못된 정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인도 옵저버 연구재단의 마야 미르찬다니 선임연구원은 SCMP에 “소셜 미디어의 잘못된 정보 중 많은 부분이 두려움, 분노, 불안감, 불만에서 발생한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외국 바이러스’라고 지속적으로 부른 것은 이러한 허위사실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혹은 ‘외국 바이러스’라고 발언하거나 이렇게 적은 다른 트위터 이용자의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우한 바이러스’라고 여러 차례 공개 거론했고 케빈 맥카시 하원 공화 원내대표는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러 중국의 신경을 건드렸다.
톰 코튼 상원의원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우한의 중국 정부 연구소와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이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중국 측으로부터 “미친 소리”라는 비난을 들었다,
반면 중국 내에선 미국 음모설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코로나19를 퍼트렸다거나 미국에서 2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감 중 상당수는 사실 ‘코로나19’라는 식이다. 역공격이다. 지난해 7월 폐쇄한 미국 육군의 최대 생화학무기 기지인 메릴랜드주 소재 포트 데트릭과 코로나19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글도 미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올라왔다.
트럼프에 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나섰다. 시 주석은 “발원지를 찾아라”고 지시했으며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내에서 독감과 코로나19 사망과 관련해 “자료를 공개하고 우리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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