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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청부살인' 피고인들 4년만에 한국법정서 혐의 전면 부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8 09:13

수정 2020.03.18 09:13

'필리핀 청부살인' 피고인들 4년만에 한국법정서 혐의 전면 부인

[파이낸셜뉴스]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사업가 청부살인의 용의자로 지목된 피고인들이 사건 발생 4년 만에 한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에 참석한 피고인들이 "살해할 동기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필리핀 한국인사업가 청부살인 사건은 2015년 9월17일 필리핀 앙헬레스시티에서 호텔을 운영하던 박모씨(당시 60세)가 피살된 사건이다. 이날 필리핀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한 인물이 박씨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Who is Mr. Park?"(미스터 박이 누구냐?)고 물었고, 이에 박씨가 자신이라고 대답하자 그는 갑작스럽게 총격을 가했다.
목과 옆구리에 5발의 총을 맞은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18일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킬러에게 살인을 교사한 장본인은 필리핀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권모씨(55)와, 박씨가 운영하는 호텔 투자자 김모씨(56)이다.

김씨는 당시 박씨가 운영하는 호텔에 5억원을 투자했는데 박씨가 투자 초기에는 자신에게 깍듯했으나, 투자 이후 자신을 홀대하고 투자금과 관련해 모욕적인 언사를 해 박씨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친하게 지내던, 당시 식당을 운영했던 권씨에게 "킬러를 구해주면 호텔식당 운영권을 주거나 5억원을 주겠다"고 하면서 살인을 의뢰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씨는 당시 앙헬레스 시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킬러 조직과도 연결돼있던 필리핀인 A씨에게 킬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씨는 김씨에게 착수금 명목으로 100만 페소(한화 약 2500만원)를 받아 A씨에게 전달했다.

이후에도 A씨를 만나 "박씨를 살해하면 1밀리언 페소(약 1억원)를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킬러는 청부살인을 결심하게 됐고, A씨는 권씨에게 "킬러가 내일 박씨를 살해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권씨는 또 이 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청부살인이 만연했던 필리핀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킬러를 특정할 수 없어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은 우리 경찰의 끈질긴 노력 끝에 진상이 서서히 드러났다. 결국 4년여만인 지난 1월 한국으로 귀국하던 권씨를 체포했고, 당시 한국에 있던 김씨와 함께 두 사람을 한국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살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씨와 김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두 사람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권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동기가 전혀 없었다"며 "암살범들이 와서 잔금을 요구해서 돈심부름에 일부 가담한 사실은 있지만, 암살범에게 살해당할 수 있다는 위협감 때문에 잔금 지급해줄 것을 김씨에게 요구했던 것이지, 살인교사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 변호인도 "권씨에게 킬러를 구해달라고 요청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또한 박씨를 살해할 동기도 없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지만, 반면 김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로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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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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