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이준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이자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최재성 후보와 MBC 앵커 출신 미래통합당 배현진 후보가 서울 송파을에서 2년 만의 '리턴 매치'를 벌인다.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었지만 최근 선거에선 민주당이 연이어 당선됐다.
1만 세대에 이르는 '헬리오시티'의 입주는 이 지역 선거의 최대 변수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부유층에 속하지만 20~30대 젊은층도 대거 유입돼 여야간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알수 없다.
경기 남양주갑에서 내리 3선을 한 최재성 후보는 2018년 6·13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승리하며 4선을 달성했다. 보수세가 상당한 송파을에 처음 와서도 저력을 보여줬는데 당시 상대 후보가 바로 배현진 후보였다. 정치 신인이었던 배 후보는 2년간 송파을 당협위원장직을 맡으며 승부를 준비해왔고 이번에 다시 최 후보에게 도전장을 냈다.
서울 '강남 3구' 가운데 하나인 송파구는 보수세가 강한 편이다. 하지만 송파을은 롯데월드 인근의 아파트단지들과 가락시장 인근 서민 주거지역이 혼재돼 유권자 성향을 '보수'로 단정하기 어렵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 18·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 등 보수 정당 후보들이 내리 당선됐으나, 20대 총선에서는 최명길 전 의원이 민주당 소속으로 '험지'였던 송파을에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이후 최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진 2018년 재보궐선거에서 최재성 후보가 54.4%를 득표하며 29.6%를 얻는 데 그친 배현진 후보를 여유 있게 꺾었다.
송파을은 총 8개 행정동으로, 석촌동과 가락1동, 잠실본동, 삼전동은 상대적으로 여권 지지세가 강한 반면, 고가 아파트가 포진한 잠실7동은 야당 지지율이 높다.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이미 마음을 정한 경우가 많았다. 석촌동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50대 약사 신모씨는 "여당을 지지한다"며 "야당을 뽑아줄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불만도 이제 좀 덜해졌고 최재성 의원이 지역을 위해 더 힘을 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잠실7동에 4년 넘게 거주하고 있다는 한 40대 여성은 "최재성 의원을 뽑을 것"이라며 "공약도 없고 아나운서 타이틀만 내세우는 배현진 후보가 싫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이 큰 자영업자들의 표심은 어디로 갈까. 가락동에서 국수집을 운영하는 50대 배모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장사가 너무 안된다.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 못했다"고 했다.
잠실의 대표적인 부촌인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단지에선 배현진 후보 지지가 우세했다. 아시아선수촌 단지 상가에서 장사하는 37세 남성 유권자는 "5년 전부터 여기서 장사를 했는데, 이 동네는 거의 보수층이고 고령이 많다. 나도 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지지다"라며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여기 사는데 예전에는 소주도 사러 오고하더니 정권이 바뀌고 나서 욕을 엄청 먹으니까 한번을 안오더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송파을 선거의 특징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별명이 붙은 가락동 '헬리오시티' 변수의 등장이다. 1만 세대에 달하다보니 송파을에선 '헬리오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약 9510세대가 입주한 '헬리오시티'의 유권자들의 표심이 후보자의 당락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다.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이다 보니 원래 살던 50~60대 주민들과 새로 입주해 들어온 30~40대 젊은 유권자 등 다양한 연령대가 분포돼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 마트 앞에서 만난 60대 양모씨는 "당연히 여당을 찍을 것"이라며 "우리 동네가 잘되려면 힘 있는 집권여당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헬리오시티 주민이라는 50대 송모씨(자영업자)도 "후보 공약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여당을 찍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민심이 안좋긴 하지만 그래도 여당 후보를 뽑아줘야지 야당처럼 대안도 없으면서 태클만 걸면 되겠느냐"고 일갈했다.
마스크를 쓰고 단지 내에서 강아지 산책을 시키던 한 20대 남성은 "배현진은 아나운서 아니냐. 현실정치나 정책을 알겠느냐"며 "발목만 잡는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야당심판론을 펼쳤다.
다만 고가 아파트가 많다보니 민감한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날선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헬리오시티 상가 내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나는 전라도 출신인데도 민주당이 싫다"며 "시장이 위축돼 매물도 거래도 없고, 여기 헬리오 주민들도 보유세 등 세금 걱정에 민심이 안좋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집값을 잡겠다고 자금출처 조사를 너무 심하게 하고 대출도 막아놔 집을 살수도 팔수도 없는 상황이다"라며 "비례민주당만 봐도 어떻게 그렇게 태도가 돌변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심판론도 감지됐다. 잠실본동에서 만난 61세 무직이라는 한 남성 유권자는 "배현진 후보를 뽑겠다"며 "정부가 너무 시끄럽고 이랬다저랬다 한다. 마스크 하나 사려고 이렇게 난리가 나는게 말이 되느냐. 자기들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흔드는 것을 봐라"고 분개했다.
최재성 후보는 송파을 최대 현안인 부동산 문제 해결을 내세웠다. 최 후보는 20대 국회에서 14년 이상 실거주한 1세대 1주택자에게는 장기보유세액공제율 100%를 적용해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부과하지 않는 내용 등의 법안을 발의했다. 의도치 않게 살던 집이 재건축돼 집값이 오른 실거주자 등이 피해를 입어선 안된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최 후보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야당에 나라를 맡길 수는 없지 않느냐"며 "힘 있는 여당후보로서 우리 지역의 진정한 일꾼이 되겠다"고 밝혔다.
배현진 후보는 아나운서 출신 답게 '국민 대변인'을 자청했다. 배 후보는 "저의 슬로건은 송파의 새로운 미래"라며 "저보다 현명하신 국민들께서는 구시대적 정치가 얼마나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지 잘 알고 계시다"라고 여당 심판론을 제기했다. 새 인물이라는 참신함에도 방점을 찍었다. 배 후보는 "새로운 얼굴, 새로운 인물에게 기회를 주셔서 함께 기쁜 정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다만 공약에 대해선 "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13, 14일 송파을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누구에게 투표할지 여론조사(응답률 9.9%)를 실시한 결과 배현진 후보라고 응답한 비율이 40.3%로 민주당 최재성 후보(37.5%)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의 격차는 2.8%포인트로 오차 범위(±4.4%포인트) 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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