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 공간 '텔레그램'을 통해 아동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소위 '박사방' 운영자는 총기·마약판매 사기로 시작해 범행 범위를 넓혀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일 오전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아동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 으로 구속된 조모씨(20대)를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조씨가 이미 2018년 12월부터 사기 범죄를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관련기사: '텔레그램 미성년 성착취' 박사, 74명 성노예로 만들었다)
경찰은 조씨가 처음에는 텔레그램을 통해 총기와 마약을 팔 것처럼 속이고 돈만 챙기는 방식으로 사기범죄를 시작했으며 범죄행위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후 본격적으로 상대를 속여 돈을 버는 방법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먼저 조씨는 SNS와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스폰알바'를 모집한다는 글을 올려 피해자들을 유인하고 돈을 준다고 속여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냈다.
조씨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아낸 사진을 내세워 역으로 피해자들을 협박했으며 자신의 요구에 맞게 성착취 영상과 사진을 찍게 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유포했다.
특히 조씨는 돈을 벌기 위해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과 일정금액의 가상화폐를 지급하면 참여가 가능한 유료 대화방으로 나누어 관리했다.
유료 대화방은 제일 싼 1단계 20만~25만원, 2단계 70만원, 3단계 150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운영됐으며 대화 참가자들은 이 금액을 '후원금'이라고 부르며 조씨의 행동을 '후원'했다.
경찰은 조씨가 수억원대의 범죄수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실제 조씨의 거주지에서는 1억3000만원 상당의 현금이 발견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조씨는 대화방에서 자신에게 적극 동조하는 회원들을 '직원'으로 부르며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하거나 자금세탁,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임무를 맡기기도 했다.
조씨가 운영한 '박사방'은 지난해부터 성착취물을 제조하고 유포한 여러 텔레그램 단톡방 중 하나다. 이 대화방들은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산발적으로 생겨났다 없어지기를 반복해 'n번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초기 '갓갓'과 '와치맨'이라고 불리는 운영자들이 운영한 n번방이 성행했다. 이들이 잠적한 이후 여러 단체대화방이 생겼으나 '박사'로 불린 조씨의 단체대화방이 가장 활성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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