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보면 발단은 '우한 바이러스' 혹은 '중국 바이러스'라는 말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위생건강위원회가 새로운 바이러스에 27명이 감염됐다고 발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현재까지 없었던 '신종'이기 때문에 정식 명칭이 없었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가 'COVID-19'라고 이름을 붙이기 전까지 자연스럽게 우한 바이러스로 불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우한 명칭은 사라지지 않았다.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계속됐다. 중국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급기야 호소에서 역공격으로 전략을 바꿨다. 선두는 중국의 사스퇴치 영웅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맡았다. 그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아니면 말고 식'의 소문과는 무게가 달랐다. 신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기다렸다는 듯 중국 관영 언론이 바통을 받았다. 중국 외교부도 가세했다. 이제는 '중국이 아닐 수도 있다'에서 '미국일 수도 있다'로 진화했다.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전파했다는 설, 2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독감의 코로나19설 등이 제시됐다. 정점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찍었다. 그렇다면 근원을 파악해보라는 것이다.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6차례나 '우한 바이러스' 용어를 사용하면서 "중국이 초기 대응 실패로부터 주의를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외국에서 온 바이러스'라며 중국을 겨냥했다.그러면서 그런 용어 자체가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는 중국 당국에 대한 반격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모두 설이라는 점을 이용했다. 어차피 확인 불가능하다. 사실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며 세계의 여론만 주도하면 된다. 자존심 싸움이고, 국제적 이미지만 보면서 내달리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두 곳이 이렇게 다투는 사이 코로나19는 세계적 대유행을 불러일으켰고, 일부 국가에선 손을 쓸 수 없을 지경까지 확산됐다. 중국도 한때는 전염병과 전쟁을 벌였으며 미국은 현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어도 세계적 위기 극복을 위한 '협조'나 '공동대응' 등에는 여전히 별 관심이 없다. 경제와 안보 등 세계의 주요 이슈를 이끌어 가는 주요 2개국(G2)의 모습이다.
물론 양국의 신경전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백신개발과 같이 세계에 이로움을 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다툼이나 분쟁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경쟁에 가깝다. 백신개발 경쟁을 놓고 인상을 찡그릴 이들은 없다.
정지우 베이징 특파원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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