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통계에도 안잡히는 무증상 감염자, 대규모 확산 '뇌관'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3 17:31

수정 2020.03.23 17:31

美 NBA·코로나 유람선
확진자 절반이 무증상 양성
中 4만3000명 통계서 빠져
美·英·이탈리아 검사 제외
【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윤재준 기자】 코로나19 무증상 환자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서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각국 보건당국의 검역망이 확인하지 않거나 걸러낼 수 없다. 하지만 무증상자라도 확진환자처럼 전염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증상자 본인과 보건당국이 모르는 사이 광범위한 전파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국 프로농구 NBA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의 거의 절반이 무증상자였다는 것을 예로 들며 "무증상자라고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유타 재즈 소속의 루디 고베어 선수가 NBA에서 첫 확진자로 나온 후 8개팀의 선수와 코치, 팀 관계자 등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브룩클린 네츠의 스타인 케빈 듀란트를 포함해 7명은 코로나19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WSJ는 "공개 온라인 의료 정보 사이트에 게재된 연구내용을 보면 코로나19 증세를 보이기 수일 전에 감염됐거나 일부 감염자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있다"면서 "이처럼 자신도 감염을 모르는 것이 최근 확산의 원인일 수 있다"고 전했다.


유사 사례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프린세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승객과 승무원 확진자 712명 중 334명이 코로나19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확진자가 연일 0명을 기록하며 코로나19를 제압한 중국내에서도 무증상 환자가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확보했다며 중국에서 코로나19 무증상 환자가 4만3000명에 달하지만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 빠졌다고 이날 주장했다. 이는 전날까지 발생한 중국 본토 확진자 8만1093명의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합치면 전체 확진자는 12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미국 컬럼비아대 메일맨 보건대 환경과학교수 제프리 샤먼 연구진은 지난 16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중국에서 발생 초기 확진자의 86%는 증세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보이지 않는 전염이 실제 코로나19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국가는 무증상자를 확진자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발열, 기침 등 발열 증상이 없으면 코로나19 확진자에 포함하지 않으며 미국, 영국, 이탈리아는 무증상자에 대해 아예 검사를 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전체 환자의 20% 정도가 퇴원할 때까지 기침, 발열 등 증상이 없었다. 한국의 무증상자 검사와 통계 적용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따른 것이다. 바꿔 말해 한국이 확진자 중 무증상 환자를 제외하면 총 수치는 대폭 줄어드는 셈이 된다

아직까지 무증상 환자의 감염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WHO는 무증상 감염이 극히 드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미국, 영국, 홍콩 학자들은 공동 연구를 통해 지난 1월 23일 우한이 봉쇄하기 전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중 79%는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경미한 환자에게서 전염됐다고 추정했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연구팀도 중국 내 코로나19 발병 사례 450건 중 10%가량을 무증상 전염 사례로 봤다.

하지만 무증상자가 정상생활을 하는 중에 확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대체적인 공통 의견이다.
홍콩대 호팍룽 교수는 "무증상 환자는 기침하지 않지만 비말(침방울)을 통한 감염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무증상자와 가벼운 증상자를 찾아 격리 시키는 것이 대형 확산을 막는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하버드대 의학 부교수 모리시오 산티야나는 "우리는 현재 얼마나 큰 빙산 위에 앉아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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