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마이너스 금리 유로화 커버드 본드 발행의 의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4 17:21

수정 2020.03.25 10:02

[특별기고] 마이너스 금리 유로화 커버드 본드 발행의 의미
선진적 금융시스템에서 금융중개기관의 가장 핵심적 기능을 꼽으라면 금융리스크의 효율적인 관리와 공유라고 할 수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미국 루스벨트 행정부는 당시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던 단기·변동금리 대출상품을 장기·고정금리 대출상품으로 전환함으로써 주담대시장 안정화를 꾀했고, 이 과정에서 '차입자·대출기관·투자자(채권매입자)·정부'로 구성된 시장 참여자들이 대출상품에서 발생하는 이자율리스크 및 신용리스크를 공유하는 시장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미국의 주택대출시스템을 저축대부조합 등 지역 금융기관이 보유예금을 이용하는 소매적이고 지역 위주의 영업행태(local banking)에서, 장기 채권 및 모기지유동화채권(MBS)을 국내외에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도매적이고 탈지역적 방식(global banking)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고 이를 통해 장기·고정금리 대출에 내재한 금융리스크를 더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하게 된다. MBS는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와 같이 오남용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지난 40여년간 미국 주택금융시스템의 근간을 이뤄왔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가구에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 줬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설립된 주택금융공사가 장기·고정금리 MBS 발행을 통한 도매적 자금조달 및 리스크 공유의 기반을 마련해 왔고(2019년 말 기준 MBS 누적 발행물량 280조원 상회), 이를 통해 성숙한 유동화채권 시장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올 1월 주금공은 유럽 채권시장에서 아시아 금융기관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로 10억유로(약 1조3051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CB·주담대를 담보로 발행되는 담보부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입찰 과정을 통해 결정된 실질 발행금리는 -0.02%였고, 아시아 국가 채권 최초 그리고 비유럽권 국가로는 전 세계 두 번째의 마이너스 금리 발행사례다. 이번 발행 배경에는 2018년 이후 주금공이 유럽 자본시장에서 매년 꾸준히 CB를 발행해온 점 그리고 이를 통해 해당 지역 기관투자자들과 유용한 관계를 형성해 온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담대 시장에서는 이같이 저렴한 자금조달의 효과가 낮은 대출금리로 이어져서 소비자 효용을 높일 수 있고 또한 저소득층, 자산축적이 부족한 청·장년층, 신용이력에 대한 정보가 미비한 계층 등을 대상으로 금융포용을 확대하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택금융의 역할을 부동산시장 안정화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투기과열지구 등 시장 전반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실행함으로써 한계차입자의 내집 마련에 제약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그러나 모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선진적 금융중개의 핵심적 기능은 신뢰성 있는 거래 당사자와 함께 금융리스크를 공유함으로써 효율적 리스크 관리를 수행하고, 이를 위한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있다.
앞으로도 주금공이 저리의 장기·고정금리 대출 확대와 이를 통한 선진적 리스크 공유·관리를 강화함으로써 더 광범위한 한계차입자 계층에 대해 주택금융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box5097@fnnews.com 김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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