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위기에 처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대규모 봉쇄 조치에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하면서 대처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지역단위 봉쇄를 따라 하긴 했지만 감염자를 추적해 체계적으로 격리하는 조치는 모방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서방의 정치 체제상 시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달 들어 캘리포니아주 등 17개주, 1억7500만 인구를 대상으로 자택 대피 및 통행금지 명령을 내린 미국에서는 24일(현지시간)까지 5만3740명의 확진자가 집계되었으며, 19일부터 매일 1만명씩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일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 봉쇄령을 내렸던 이탈리아의 경우 최근 사흘간 일일 사망자 숫자가 793명에서 602명까지 줄었으나 24일 743명으로 급증하면서 6820명의 누적 사망자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같은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교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올해 초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예로 들며 우한 전체가 봉쇄됐지만 지역 의료시설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제때 격리되지 못한 환자들이 가족단위로 전염병을 옮겼다고 분석했다. 영국 에던버러대학의 데비 스리다르 국제공중보건학 교수는 "많은 교훈들이 잊혀졌다"며 "봉쇄조치는 시간을 버는 조치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확산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환자를 추적해 누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중국과 한국, 싱가포르의 감염 방지 대책에서 배워야 한다며 대규모 검사로 감염자를 파악해 신속하게 격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의료지원 투입 및 격리시설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WSJ는 격리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추가 감염이 불가피하다며 환자를 건강한 사람과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북경협화의대병원 중환자실의 두빈 교수는 "우한 내 상황은 모든 의심 환자들을 격리할 기회가 왔을 때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중국 정부가 호텔과 학교 등을 징발해 격리소로 바꾼 사례를 지적하며 서방 세계 역시 비슷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처음에는 정치적인 영향을 고려해 봉쇄 자체를 피했지만 지금은 중국식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며 보다 공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리다르 교수는 서방 국가들이 "궁극적으로는 중국같은 방향으로 가겠지만 우리는 지금 너무 느리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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