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현장르포] '사회적 거리두기' , 현실에선 딴 나라 얘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9 11:40

수정 2020.03.29 11:40

정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요청
지난 25, 26일 주요 번화가 살펴보니...
직장가 점심 식당..마주 앉아 함께 식사 
사이버 강의는 카페에서..대학가 카페 북적
[파이낸셜뉴스]
지난 26일 신촌 대학가의 한 카페가 대학생들로 가득 들어차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노트북을 이용해 사이버강의를 수강 중이었다. 사진=안태호 기자
지난 26일 신촌 대학가의 한 카페가 대학생들로 가득 들어차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노트북을 이용해 사이버강의를 수강 중이었다. 사진=안태호 기자

지난 26일 신촌 대학가의 한 카페가 대학생들로 가득 들어차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노트북을 이용해 사이버강의를 수강 중이었다. 사진=안태호 기자
지난 26일 신촌 대학가의 한 카페가 대학생들로 가득 들어차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노트북을 이용해 사이버강의를 수강 중이었다. 사진=안태호 기자

마포구 소재 한 PC방 출입문에 마포구청의 행정지도 문서가 부착돼있다. 사진=안태호 기자
마포구 소재 한 PC방 출입문에 마포구청의 행정지도 문서가 부착돼있다. 사진=안태호 기자
#사무실 밀집지역의 점심시간. 재택근무가 늘었다지만 식당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마스크를 벗은 채 배를 채우며 왁자지껄 대화를 이어갔다. 대학가 카페엔 싸강(사이버 강의)을 듣는 학생들이 들어 찼다. 독서실을 방불케 했다. 조모임 중인 학생들은 다인석 테이블에 주욱 둘러앉아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눴다.


정세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정부청사 브리핑실 연단에 섰다. 결연한 표정으로 "앞으로 개학까지 보름이 남았다.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남은 기간 확실한 방역의 성과를 만들어 내야한다"며 오는 4월 5일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해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정 총리의 호소에 응답하고 있을까.

지난 25일, 26일 양일 간 서울 광화문, 대학로, 여의도, 홍대 일대 식당, 카페, PC방 등을 둘러봤다. 시민들은 정부 발표에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퇴근 후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점심시간만큼은 사람들이 밀집된 환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근한 직장인들, 마주앉아 점심식사
실제 지난 26일 찾았던 여의도역 인근 한 종합상가는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각 식당마다 손님들이 다닥다닥 마주앉아 식사를 했다. 다들 대화를 나누느라 소란스러움은 여전했다.

회사 여건 상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는 회사원 A씨는 "구내식당이 있는 대기업이 아니어서 밖으로 나와 밥을 먹을 수 밖에 없다"며 "한달 전쯤엔 대화 없이 식사하는 걸 시도했지만 며칠 못갔다"고 전했다.

손님 한명이 아쉬운 식당들은 한자리 띄어 앉기, 한줄 앉기 등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의도 한식집 사장 B씨는 "저녁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이런 시국에 손님이 와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며 "띄어 앉기 같은 건 생각해본적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이용자 간격을 1~2m 유지해 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집은 답답해서.." 대학가 카페는 문전성시
대학가 카페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취약 지점 중 하나다. 사이버 강의를 듣는 대학생들이 카페로 몰리면서다.

지난 25일, 26일 오후 대학로, 신촌 일대 대형 카페 10여곳을 둘러봤다.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좌석들은 노트북, 태블릿PC를 올려둔 대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한 카페는 이들을 위해 콘센트가 없는 좌석까지 멀티탭을 연결해두고 있었다.

대학로 카페에서 강의를 듣고 있던 대학 4학년 C씨는 "주로 (사이버 강의를) 집에서 듣는데 답답할 때마다 나온다"며 집에서 수강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무감각한 편이다. 솔직히 대학 안에서만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이버 강의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핑계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수칙 안지켜도 종업원이 지적하기 어려워
원정(?) 사이버 강의를 듣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대학 2학년 D씨와 일행은 한껏 꾸민 모습이었다. D씨는 "(대학로에서) 저녁약속이 있다. 미리 친구를 만나 함께 강의를 듣고 저녁 자리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모임을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패션 전공이라고 밝힌 E씨와 조원 3명은 4인석 테이블에 노트북을 앞에 두고 마주앉아 있었다. E씨는 "졸업작품 준비 중이다. 일정 인원 이상 모이지 말라는 (학교의) 공지가 있었지만 효율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PC방은 상대적으로 한산했지만 게임 중인 학생들은 마스크를 벗고 있거나 턱에 걸치고 있었다. 일행과 함께 붙어 앉은 학생들은 대화를 하며 게임에 열중했다.

합정역 인근 PC방 직원은 "20대 손님은 많이 줄었지만 중, 고등학생 손님은 늘어난 편"이라고 답했다. 홍대역 인근 PC방 직원은 "손님들의 인적사항을 적어두고 예방 수칙도 공지하지만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따로 지적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마스크, 야외에선 쓰고 실내에선 벗고
마스크의 경우 야외에선 철저하게 착용하는 반면 실내에선 미착용하는 모습이 여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달 초 혼잡하지 않은 야외에선 마스크 불필요하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을 거꾸로 행동하고 있었다.

카페 이용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나누다가도 음료를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벗거나 턱에 걸친 후 다시 쓰지 않았다.
한바탕 대화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날 때가 돼서야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다.

홍대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F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냐는 질문에 F씨는 "야외에선 쓰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다"며 "다들 보여주기 식으로 마스크를 쓰는 것 같다"고 답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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