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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코로나19 '음모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7 17:18

수정 2020.03.27 17:18

[월드리포트]코로나19 '음모론'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화당의 하원 경선후보였던 조앤 라이트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묘한 주장을 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한의 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빌 게이츠에게 누가 돈을 댔는지 물어 봐라"라고 적었다. 라이트는 다른 트윗에서 "빌 게이츠가 돈을 대지 않았다고? 조지 소로스가 그의 친한 친구 아니었던가?"라고 썼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이가 나쁘기로 유명하다.


더 엉뚱한 주장도 있다. 미국 최대 기독교계열 대학인 리버티대학의 제리 팔웰 주니어 총장은 이달 방송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북한의 생물무기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달 미국의 유명 음모론 유튜버인 데이나 애슐리는 우한에서 처음 시작된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면역력을 약화시켜 바이러스 감염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5G 서비스는 지난해 11월 우한을 포함해 16개 도시에서 동시에 상용화됐다. 이라크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후가 유대계 금융자본인 로스차일드 가문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일단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코로나19가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화난수산시장 근처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며, 우한에서 약 900㎞ 떨어진 저장성과 윈난성에 서식하는 중화 쥐터우박쥐에서 코로나19와 최대 96% 일치하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점뿐이다. 지난달 홍콩 언론들은 쥐터우 박쥐가 화난시장에서 팔리지 않았다며 코로나19가 시장 인근 정부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수년간의 무역전쟁으로 중국에 쌓인 감정이 많았던 일부 미국 정치인들은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정부를 비난하며 책임론을 꺼냈다.

중국도 똑같이 비난으로 맞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온 것일 수도 있다"고 적었다. 관영매체들도 지난해 10월 우한에서 열렸던 세계군인체육대회 당시 300여명의 미군 대표단이 왔다고 강조했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는 당시 선수단이 경기 목적으로 방문했다고 보기에는 수상한 점이 많았고, 코로나19가 사실 미군의 생물무기이며 선수단이 고의로 중국에 퍼뜨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코로나19가 미국의 생물무기라는 음모론은 중국만큼이나 미국에 감정이 좋지 않은 이란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월 중순부터 러시아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코로나19 제작설'이 조직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파악했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전염병이 퍼지면 거의 빠짐없이 음모론이 뒤따랐다. 14세기 유럽에서는 흑사병이 창궐하자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1918년부터 2년간 최소 2500만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스페인독감'은 독일군의 생물무기라는 의심을 받았다. 소련은 1983년 미국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미국 정부가 제작한 동성애자 제거용 생물무기라는 소문을 뿌렸다. 주요 외신들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음모론이 현재 유별난 수준으로 증폭됐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폐쇄성이다.
중국 정부는 아직도 코로나19의 구체적 발원지가 어디인지, 1호 감염자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26일 현지 매체 펑파이가 지난해 12월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화난시장 새우상인이 1호 환자라고 주장한 점에 대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와 동시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현대 미디어들을 지적하며 소형 매체나 SNS가 음모론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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