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열린민주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29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다만 권양숙 여사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권 여사는 이날 열린민주당 지도부와 후보들에게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았다. 열린민주당 측에서 권 여사 예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접촉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권 여사는 지난 27일 더불어시민당 지도부와 후보들은 직접 만나 격려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축이 된 더불어시민당에 맞서 '적통 경쟁' 구도를 만들어보려는 열린민주당은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하고 곧바로 경남도청으로 이동해 '18세 이상 성인 재난구호수당 50만원' 일괄 지급 등을 제안하는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른바 '적통 경쟁'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권 여사가 더불어시민당이 유일한 비례연합정당이라고 확실하게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더불어시민당 지도부와 후보들을 만난 자리에서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을 때 '역사를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은 깨어있는 조직된 시민의 힘에서 나온다'고 하셨다"고 격려한 바 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당 전략기획위원장,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 등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 함께했고, 노 전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의 비례후보들이 있었기에 권 여사가 예방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찾아오는 모든 정당인사들을 만난다면 그간 현실정치와 극도로 거리를 둬온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 여사 예방을 요청했던 열린민주당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면서도 애써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열린민주당 관계자는 "권 여사께서 봉하마을을 비우셔서 만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줄곧 민주당과 '한몸'이 되겠다고 선언해온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의 '거리두기'에도 여전히 '여당의 효자'를 자처하고 있다. 열린민주당은 "총선 전까지 민주당과 전략적 이별이다, 민주당과는 형제당, 문재인 정부의 두 기둥" 등의 표현을 계속하고 있다. 열린민주당에 표를 던질 유권자는 중도층이 아닌 선명한 민주당 지지층이기에 민주당의 배척 전략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정당의 정체성 논란도 큰 부담이다.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인사들이 개정 선거법의 허점을 이용해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아보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직접 나서 "유사정당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고 거칠게 비판하면서 이들의 창당 의도를 둘러싼 '유사정당'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 열린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손혜원 의원은 지난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친문재인계의 적자도 서자도 아닌 효자"라며 "민주당이 힘들어지면 언제나 부양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해 정체성 논란을 잠재우고, 민주당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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