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본국에 보내는 송금이 주요 외화 획득원 가운데 하나인 필리핀, 인도 등은 걸프만 산유국들을 비롯해 홍콩, 대만 등 외국에서 일하는 자국민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이중의 타격을 입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코로나19발 경기침체로 걸프만과 아시아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줄줄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고통이 이들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나라들 뿐만 아니라 이들을 통해 본국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인도, 필리핀처럼 자국민들이 해외에서 보내는 송금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들이 심각한 충격을 받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도, 필리핀 등은 자국내 코로나19 확산 외에 2가지 충격이 더해지게 된다. 해외에서 일자리를 잃은 자국민들이 대거 귀국하게 되면서 실업률이 껑충 뛰게 되고, 이들이 보내던 해외송금도 사라지게 된다.
ING 필리핀의 니콜라스 마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필리핀은 미국이 경기침체 빠지면 유럽이나 일본의 자국민 송금이 늘어나는 식으로 자연적인 헤지를 해왔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가 전세계 구석구석까지 충격을 미치는 터라 해외송금 감소를 걱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로는 걸프지역이 2017년 기준 1190억달러로 해외송금 유출 1위 지역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3위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지역에 있다.
이들 국가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사우디 전체 인구 3000만명 가운데 3분의1이 외국인이고, 민간 부문 노동자의 80%가 외국인이다. 석유업체 사우디아람코의 고급 기술인력들도 외국인이지만 송유관을 건설하거나 건물을 짓는 잡부들도 외국인들이다.
UAE에서는 외국인 인구가 80%를 차지한다.
미기업연구소(AEI)의 걸프지역 전문가 캐런 영은 "(방역으로 닫힌) 걸프지역의 공항이 다시 열리고, 4월말인 라마단(이슬람 금식기간)이 가까워지면 숙련. 비숙련 할 것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이 지역을 빠져나갈 것"이라면서 "걸프지역 정부들은 남아 있지도 않을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대료, 임금을 보전해주거나 부채를 삭감해줄 유인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 중국, 필리핀이 자국민들의 해외 송금 규모가 큰 나라들이지만 특히 필리핀에서는 외화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코로나19 충격의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필리핀의 해외송금 유입 규모는 335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속적인 무역·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미미한 필리핀에 매우 핵심적인 외화수입원이다.
다만 달러 강세가 그 충격을 일부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사와다 야스유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달러에 대한 아시아 통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면서 덕분에 달러에 고정된 중동지역 통화로 들어오는 해외송금은 필리핀 페소로 환산할 경우 달러 가치 상승 덕에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서는 해외송금이 줄더라도 달러 가치 상승 덕에 전체 해외송금 유입액이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국인 인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걸프지역은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폭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대규모 감원에 나서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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