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사방' 조주빈에 분노한 악성댓글, 처벌할 수 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1 06:00

수정 2020.04.01 06:00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성 착취 음란물을 유통한 '박사방' 가담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강에 투신하자 온라인 상에는 가담자들의 자살을 권유하는 글과 이미지가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나머지 공범들도 용기를 내라"며 악성 댓글을 달거나 '마스크 5부제'를 빗대어 요일별로 투신하라는 내용의 '한강 5부제' 이미지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특정 집단에 대한 가학적 행위이긴 하나 표현의 자유에도 해당되는 영역으로 처벌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악성 댓글에 이어 자살 권유까지
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새벽 2시 47분께 '박사방' 가담자로 추정되는 40대 직장인 남성이 영동대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해당 남성의 유서에는 "박사방에 돈을 입금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줄 몰랐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온라인 상에는 해당 남성을 조롱하는 댓글들이 잇달아 게재됐다. "딴 놈들도 줄줄이 따라 뛰어들어라" "모두 이 사람을 본 받아라. 죽으면 조사 안받아도 됨" "한강 5부제 시작이다" 등 범죄에 연루된 이들에 자살을 권유하는 악성 댓글들이 이어졌다. 국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도 '박사방' 관련 문의글을 빙자한 자살권유 글도 이날 기준 200여개가 검색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회 현상을 두고 잔혹했던 사이버폭력이 또 다른 사이버폭력을 낳은 것이라며 경종을 울렸다.

이화영 순천향대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이버상에서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는 비대면적인 특성상 인간 내면의 공격성이 걸러지지 않고 좀 더 원색적이고 강하게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근 코로나19를 비롯한 이번 사건을 통해 쌓인 부정적인 감정이 이들 가담자들을 대상으로 표현되는 데 이 같은 표현은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불특정대상 악성댓글, 처벌 어려워"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일부 주에서는 자살을 돕거나 부추기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것을 중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자살교사 혐의에는 최고 3년 징역 또는 최대 1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미국은 자살을 교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여성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법원은 지난 2017년 애인에게 "넌 쓸모없다" "자살해라"며 자살을 독촉하는 문자를 보내 끝내 숨지게 만든 여성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2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특정 대상자에 자살을 교사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징역형의 중형을 선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같이 자살을 권유하는 '댓글'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김기남 변호사는 "자살을 할 생각이 없던 사람에게 영향을 끼쳐 자살을 하도록 마음먹게 만들 경우 자살교사 혐의가 적용된다"며 "이 같은 악성댓글은 폭력을 사주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댓글이란게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영역이기도 하고, 댓글을 두고 처벌하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인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댓글의 대상이 불특정 다수이면서 해당 범죄에 연루된 특정 집단이라는 점에서 해석에 따라 대상이 달라질 수 도 있어 처벌 수준을 두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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