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 전세살이에 지친 A씨(37)는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아파트 1채를 샀습니다. 결혼 6년 차 맞벌이인 그는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 등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다 끌어왔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차용증을 쓰고 부모님에게도 손을 벌렸습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서울 아파트 1채를 산 것입니다.
이런 A씨는 요즘 불안합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상투'를 잡은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밀려온다는 것. 그는 "더는 이사를 하지 않아 좋으나, (맞벌이 중) 한 명 월급은 온전히 대출 상환 이자로 나가는 상황에서 집값이 내려갈까 걱정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뒤늦게 시장이 뛰어든 30대가 상투를 잡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집값 하락이 강남권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면, 보유세와 대출 상환 부담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33%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9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30대는 1월(30.4%)에도 30% 이상을 기록했다. 30대와 함께 서울 아파트 큰손인 40대의 매입 비중은 1월 28.9%, 2월 27.5%로 지난해 11월(29.9%) 이후 감소세다.
30대는 이미 서울 아파트 시장의 주축이다. 지난해에도 낮게는 23.4%(6월)에서 높게는 32%(9월)까지 기록했다. 지난해 8~10월은 석 달 연속 30%를 넘었다. 9월은 32%까지 올랐다. 서울 전역에 신고가 단지가 속출하며 시장이 들끓었던 시기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모두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업계는 폭발적인 집값 상승세를 지켜본 30대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매수 주체로 부상했다고 했다. 향후 집값도 상승할 것이라는 강력한 확신을 가진 채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본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상적으로는 청약이 가장 나은 선택지나, 낮은 가점 등으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부동산 불패에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비교적 최근 시장에 뛰어든 30대다. 집값 하락이 강남권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상당수 30대가 상투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KB부동산이 집계한 3월 서울 아파트 매매전망지수는 99.2로 지난해 6월 이후 기준치(100) 아래로 떨어졌다.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시장 선행지표인 3월 KB 선도아파트 50지수 역시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경기 악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도 '영끌 30대 상투' 지적에 힘을 보탠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도 다를 수 없다며 경기 악화에 따른 리스크 확대는 피할 수 없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단순히 위기 속 기회로 보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자산상품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도 일정 부분 구매자 관망과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하다"라고 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30대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보유세를 비롯해 경기 불황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라며 "앞으로 국내외 경기가 더 악화하고 정부 규제가 지속하면 30대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파트값 하락과 보유세 부담으로 대출이 많은 경우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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