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은 양자빔물질과학연구부 진형민 박사가 해외 공동연구를 통해 '블루페이즈' 액정에서 물질의 성질이 변하는 상전이 현상이 '마르텐사이트 상전이' 현상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이전까지는 원자결정에서만 마르텐사이트 상전이 현상이 보고됐지만, 이번 연구로 일반 원자결정 대비 1000배가 넘는 크기의 연성결정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진형민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원리 발견이라는 학술적 성과를 넘어 관련 산업에서 부가가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루페이즈 액정은 전기장에 대한 매우 빠른 반응속도를 가지고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액정 레이저, 스마트 센서 등의 원천 기술 개발에 활용 가능하다. 연구진은 반사형 컬러 디스플레이나 자유자재로 색변환이 가능한 스마트 피부 등 차세대 광학 소재 산업 고도화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루 페이즈 액정은 초고속으로 응답 하는 특성이 있으며 상용화된 네마틱 액정보다 공정이 단순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액정 재료다. 블루페이즈는 온도를 변화시키면 순간적으로 고체나 액체로 변하는데 이 현상의 원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흔히 대장장이들이 불에 달군 철을 망치로 두드리고 찬물에 식히는 과정을 거치며 철제 무기를 단련한다. 이때 달궈진 철을 물에 넣어 급속도로 냉각시키면 '마르텐사이트'라고 불리는 매우 단단한 조직으로 변하는데 이 현상을 '마르텐사이트 상전이'라 부른다.
이번 발견은 산란 기술을 활용해 액정의 상전이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구진은 공명 연 엑스선 산란 기술을 통해 온도를 변화시키며 발생하는 블루페이즈 액정의 상전이를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산란 패턴을 분석한 결과 블루페이즈 액정의 상전이 과정이 원자결정에서 관찰되는 마르텐사이트 변이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산란'은 중성자 혹은 엑스선과 같은 입자빔을 물질 내에 조사할 경우 물질 내부의 원자핵 또는 전자와 반응하면서 그 궤적이 휘거나 흩어지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이를 정밀하게 관찰하면 물질의 내부구조를 알 수 있다.
특히 연성결정과 같이 액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는 물질은 흔히 쓰이는 전자 현미경을 이용해 내부구조를 관찰하기 어렵다. 하지만 산란 기술을 이용하면 액체의 특성을 가지더라도'실시간'으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 구조의 변화 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진형민 박사는 "앞으로도 연구원의 첨단 중성자 및 엑스선 산란시설을 활용해 관련 연구를 계속해나갈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분자기반 소자들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진형민 박사와 미국 시카고대학교 폴 닐리 교수, 후안 드 파블로 교수, 리샤오 박사 등이 참여해 진행한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3월 2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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