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경관 훼손 논란…제주도의회 “갈등해결 먼저” 지구 지정 또 보류
[제주=좌승훈 기자] 국토 최남단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놓고 지역주민들이 찬반양론으로 갈리면서 8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제주도의회도 지난달 23일 지구 지정 동의안을 심사한 끝에 주민 갈등부터 해결하라며 결정을 미뤘다. 지난해 9월 해당 안건에 대한 심사보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두 번째다.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는 대정읍 동일1리 해역 5.46㎢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5700억원을 투입해 5.56㎿급 풍력발전기 18기와 해저·지중 송전선로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사업시행예정자는 한국남부발전(49.9%)과 CGO-대정(25.1%), 두산중공업(25%)으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 대정해상풍력발전㈜다.
제주도는 2012년·2015년에 이어 세 번째 지구 지정에 나섰으나,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 반대 측 “어장 훼손·안전항로 차단…해양 생태계 파괴”
반대 측인 핫핑크돌핀스를 비롯해 도내·외 12개 환경·시민단체들도 “대정 해상풍력발전사업이 추진되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 멸종이 가속될 것이라며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남방큰돌고래 서식처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실질적인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대정서초등학교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총동창회도 “시범지구가 대정서초와 인접해 있음에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아무런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역사회가 동요하고, 시골의 작은 학교는 교육환경이 훼손되어도 보호받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누가 책임지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모슬포수협노동조합과 모슬포수협중도매인협의회, 제주어류양식수협 대정양식장협의회 대정해상풍력반대대책위원회는 해양생태계와 어장 훼손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압 지중선로에 따른 전자기장, 해상풍력발전 제반 시설에 따른 소음, 해저 공사 전·후로 인근 73개 양식 어가의 어류 폐사 피해 증가와 안전항로 차단 등을 들어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 찬성 측 “지역경제 성장동력…발전공기업 기술력 신뢰”
반면 찬성 측인 대정서초등학교 해상풍력찬성동문모임은 “대정해상풍력발전은 제주도와 사업자가 적법한 행정절차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학생 수가 줄어 어려움을 겪는 모교를 보면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 사업으로 마을과 학교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자기장 피해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가 출자한 발전공기업의 정직과 기술력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대정해상풍력발전추진위원회도 "적법한 절차를 통해 주민 찬성의견을 얻었고, 바다를 가장 잘 아는 어민들은 이 사업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황금어장 강탈이니, 안전항로 차단은 사업 반대 측의 억지 주장이며, 무조건적인 사업 반대의 피해는 어민들만 받게 된다"고 맞섰다. 또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주민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해상풍력발전 유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결국 논란 끝에 지난달 제380회 임시회에서 “주민 수용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제주도의 사업추진 의지가 미흡해 보인다”며 의결보류 결정을 내렸다.
민간 주도 사업이다 보니 행정이 개입하는 데 한계도 있다. 노희섭 제주도 미래전략국장은 “지난번 심사가 보류된 이후 도와 사업자가 반대단체들과 12차례 만났다”며 “행정에서도 중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업자 측에서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을 내놓지 못 하는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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