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코로나 감염자 4000명 넘어서자
관저에서 긴급사태 선언 관련 대책회의
도쿄, 코로나 병상 부족 우려 커져
관저에서 긴급사태 선언 관련 대책회의
도쿄, 코로나 병상 부족 우려 커져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최근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5일 현재까지 누적 4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닷새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날 관저에서 코로나 사태 담당 각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긴급사태 선언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감염 확산에 따른 의료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동을 제한하는 긴급사태를 지금이라도 당장 선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 감염자는 지난 4일 신규 감염자가 전날 보다 368명 증가하면서 4209명(크루즈선 감염자 712명 포함)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일간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27일(123명)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선 뒤 28일 201명에 이어 이달 3일 353명으로 300명 대를 달리고 있다.
특히, 일본 전역에서 감염자가 가장 많은 도쿄에선 병상 확보가 초비상이다. 도쿄의 하루 확진자는 지난 4일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전체 누적 감염자는 총 891명이다. 도쿄도는 코로나 전용병상을 750개에서 900개까지 늘렸으나, 이미 871명이 감염 환자들로 채워진 상태다. 사실상 포화상태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경증으로 분류된 코로나 환자들을 자택요양에서 요양하게 하거나, 올림픽 선수촌과 호텔 등에 입소시는 방안을 거론하는 것도 의료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돌파한 지난 4일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생명이 걸려있다. 한 명 한 명의 행동이 감염 확대를 방지한다"며 "불요불급한 외출은 삼가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일본의 각계각층은 물론 여론 조차도 긴급사태를 조속히 선언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약 25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손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소프트뱅크 회장은 트위터상에서 '(일본)정부가 즉각 긴급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긴급 설문을 실시했다. 팔로워 23만8931명이 참여했으며, 응답자의 82.3%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오'라는 답변은 17.7%에 불과했다.
또 '만일 정부의 결정에 시간이 걸릴 경우, 도쿄도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더라도 독자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도 전체 응답자(14만3124명)가운데 85.6%가 '그렇다'고 답했고 14.4%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미 일본의사회 및 중증의학회, 일본정부의 코로나 대책 관련 전문가 회의, 일본의 제1, 2 야당 당수 등은 공개적으로 긴급사태 선언을 촉구하고 나섰다.
긴급사태 선언을 머뭇대로 있는 아베 총리는 전날 오후 일본 내 감염자 수가 4000명을 넘어서자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정·재생상, 기타무라 시게루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 등과 약 1시간 남짓 대책 회의를 실시했다. 지지통신은 도쿄에서 하루 감염자가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서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자 긴급사태 선언을 포함한 정세 분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내에선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시 발생할 경제 충격을 우려해 이를 주저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일본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긴급 사태가 일본 전역에 발령되는 경우 2년간 약 63조엔(약 717조38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긴급사태가 수도 도쿄도에만 발령되는 경우 손실액은 약 11조3000억엔(약 128조6731억원)으로 추산했다. 앞서 지난달 말 민간 싱크탱크인 다이이치세이메이 경제연구소도 한 달간 이동이 엄격히 금지되는 도쿄 봉쇄가 수도권까지 포함해 실시될 경우 한 달간 8조9000억엔(약 100조원)의 국내총생산(GDP)가 증발할 것이라며 "일본경제는 머리를 도는 혈액이 멈추는 것과 같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 안전이나, 경제냐.' 그간 "긴급사태를 선언할 상황이 아니다"며 버텨온 아베 총리에게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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