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중단은 여행·관광업계의 도미노로 이어졌다. 지역경제의 위기를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글로벌 경제도 폐쇄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대응은 판이하다. 신속한 지원대책과 달리 우리 정부는 느긋한 탁상행정을 보이고 있다. 산업에 대한 이해와 위기 인식이 다른 게 문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80억달러(약 70조원) 규모의 긴급지원책에 서명했다. 항공사단체 A4A가 보조금과 긴급융자를 요청한 지 1주일 만이다. 지원조건은 9·11테러(2001년) 당시 규모의 네 배에 달했다.
항공사는 지정노선의 최소 2년간 운항, 6개월간 직원해고와 임금삭감 금지, 임원 보너스 삭감을 전제로 보조금을 받는다. 융자금을 받는 항공사는 운항스케줄과 고용을 종전대로 유지했다. 모든 관련 세금도 연말까지 면제했다.
유럽 각국의 지원은 강도가 더 높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에 대한 무제한적 금융지원과 피해기업을 위해 7560억유로(약 1000조원) 규모의 긴급재정을 마련했다. 프랑스는 에어프랑스의 주주로서 모든 책임을 다하고 피해기업에 3000억유로(약 400조원) 규모를 투입하기로 했다.
영국도 3300억파운드(약 500조원)의 긴급융자로 항공사를 포함해 지원한다. 싱가포르는 133억달러(약 16조원)의 주식과 전환사채 발행을 승인했다. 공항시설사용료 면제와 환급, 항공기 관련 비용 50% 감면, 임금근로자의 9개월간 임금보조금에 5억3000만달러(약 6400억원)를 추가 지원키로 했다. 싱가포르항공 하나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일본은 아예 상한이 없는 위기대응 융자라는 특별융자제도를 도입하고,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를 6개월간 유예한다.
각국 정부의 항공업계 챙기기는 경제가 멈춰서고 있는 중에도 이뤄졌다. 현금흐름에 민감한 항공사의 수익구조를 배려한 것이다. 항공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익모델은 운항이 중단되는 순간부터 유동성이 악화된다. 노선이 일시에 폐쇄될 때 운전자금 수혈이 시간을 다퉈 필요한 이유다. 메이저 항공사들도 종종 파산하는 이유다.
항공운송은 네트워크사업이다. 공장폐쇄 후 기계를 재가동하는 제조업과는 다르다. 운송망은 한번 무너지고 나면 고객이 떠난 자리를 복구하기가 어렵다. 폐쇄된 노선을 경쟁사들의 네트워크가 곧바로 대체해서다.
무엇보다도 하늘길이 막힐 때 해당 지역의 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막대하다. 노동집약적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인력이 많이 종사하고, 여행과 관광처럼 연관 산업에 대한 충격이 빠르고 크기 때문이다. 교통망을 유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지난 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한가하다. 당시 은 위원장은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 내에서 채권을 발행하든 대주주가 주식을 내놓는 자구노력이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항공교통이 왜 기간산업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인식이 부족하다면 국토교통부가 금융당국과 유관부처 그리고 정치권도 설득해야 한다. 항공업계가 초토화되고 있다. 업계의 파산이 다가오고 있는데 주무부처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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