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상 지속된 집콕 생활로
붙어있는 시간 늘자 갈등폭발
中, 이동제한 풀리자마자
갈라서겠다며 서류 들고 줄 서
美 '코로나 이혼' 신조어 등장
터키, 이혼상담 전화 4배 늘어
붙어있는 시간 늘자 갈등폭발
中, 이동제한 풀리자마자
갈라서겠다며 서류 들고 줄 서
美 '코로나 이혼' 신조어 등장
터키, 이혼상담 전화 4배 늘어
■미·영 '코로나 이혼'
미국에선 '코로나 이혼(Covidivorce)'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Covid)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다. 자가격리로 배우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갈등이 생기고 이로 인해 이혼에 이르는 현상을 말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소개하며 코로나19가 연인, 가족관계에 대한 접근방식을 몇 주 만에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실제 뉴욕 변호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법원이 휴정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이혼 문의가 쇄도한다고 전했다. 뉴욕의 거물 변호사 윌리엄 자벨은 이혼소송 요청이 50% 증가했다고 지난달 말 페이지식스에 밝혔다. 데미 무어 등이 고객인 유명 이혼 변호사 윌리엄 베슬로는 코로나로 휴정한 법원이 재개되는 대로 이혼을 빨리 처리해주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제안도 받는다고 말했다.
수전 킴벌리 브래커 변호사는 "사람들이 서로 참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결혼생활에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방아쇠 당기기를 망설이던 그의 고객들이 상담 요청을 해온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 스티븐 멘델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했고, 자산의 30%가량을 잃었다면서 설상가상으로 돈 문제 역시 스트레스가 된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왔다. 찰스 왕세자 이혼 등을 담당한 영국의 유명 변호사 피오나 섀클턴은 "이혼변호사들은 자가격리 후 부부들의 이혼율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혼 관련 분쟁 문의가 여름휴가 기간이나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 가장 많다고 말했다.
하딥 딜런 가정법 변호사는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 인터넷에서 '이혼을 원한다'는 검색량이 230%나 치솟는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코로나19 탓에 영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터키 역시 코로나19로 이혼 사건이 4배가량 늘었다. 터키 매체 데일리사바는 이혼 요청으로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하는 사람들이 1월에 비해 4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국 통제 풀리자 이혼 발길 이어져
중국은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됐고 이동통제와 자가격리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만큼 이혼 문제도 일찌감치 불거졌다.
중국 매체 청두상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쓰촨성 일부 지역의 이혼 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10%에서 20%로 증가했다. 쓰촨 다저우시 퉁촨구 결혼등기소에선 2월 24일부터 3월 11일까지 17일 동안 88건의 이혼을 처리했다. 3월 12일 기준으론 100쌍이 갈라서겠다며 서류를 접수했다.
쓰촨 런서우현 민정국 결혼등기소 왕얀 주임은 "이혼을 하게 된 부부는 코로나19 기간 결혼생활에 균열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불만은 그 이전에 이미 깊어졌다"고 말했다.
산시성 시안의 17개 결혼등기소에선 3월 업무 개시 이후 많은 이혼 접수를 했다. 후베이성의 가정폭력대응 비정부기구(NGO)는 올해 1월 23일부터 3월 6일까지 젠리현과 첸장시에서 300건이 넘는 가정폭력 사건을 접수했다고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 중국 변호사의 말을 인용, "3월 중순 이동제한 조치가 느슨해지자 이혼소송 수임 건수가 25% 늘었다"고 밝혔다. 1월 말 코로나19로 도시봉쇄 및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후 두달여 동안 집 내부에서 부대끼며 갈등을 겪던 부부가 3월 비교적 활동이 자유롭게 되자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에 나섰다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큰 결정은 삶이 정상화될 때" 조언
전문가는 코로나19 기간에는 가급적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부부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채널이 제한된 전염병 상황에서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언을 핑계로 한 비판도 삼가야 하며 서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 심리학회 교육심리학위원회 회원 겸 서남민족대학 사회심리학장인 첸치우엔은 "매일 좁은 환경에서 신체·정신적 스트레스와 이해력 부족 등은 쉽게 증폭될 수 있다"면서 "가족을 자신에게 맞추도록 강요하지 말고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판과 비난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분노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큰 결정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으며 삶이 정상화되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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