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깊어지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 활동이 정상화 되더라도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경제 회복 시점에 대해 학계의 의견이 엇갈렸지만, 미국의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깊지만 짧은 'V'자형 대신 천천히 회복세를 보이는 'U'자형 경기 회복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12일(이하 현지시간) CBS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의 경기회복은 '길고도 험한 길'이 될 것이라고 말해 'V'자 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앞서 8일 공개된 지난달 2차례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까지는 경기회복이 없을 수 있다는 비관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카슈카리는 총재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백신을 손에 쥐기 전까지는 우리 앞에 길고 힘든 길이 놓이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V자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세계 경제 회복시기에 대해 V자형, U자형, L자형, I자형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올해 미국 GDP 전망에 대해 2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급격한 상승전환을 예고하며 V자형 곡선을 예상한 바 있다. V자 회복은 1~2개 분기 침체를 겪은 뒤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가장 낙관적인 V자형 전망이 밀리는 가운데 그나마 시기적으로 빨리 기대되는 U자형 전망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일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미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만 안정된다면 급속히 회복할 것이라고 다독였고, 시장도 V자 회복을 갈구하고 있지만 비관전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분위기다.
월가에서 영향력 있는 투자자 가운데 한 명으로 미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반을 비롯한 재계 지도자들도 비관 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큐반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경기회복은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V자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된다고 해도) 사람들이 곧바로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두려움이 팽배해 있을 것이고, 이같은 두려움은 사람들의 씀씀이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과 그의 후임 재닛 옐런 전 의장도 "경기 반등이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U자 반등론을 지지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7일 미국 경제가 2분기 30%대 역성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선 'V자 경기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경제를 가동하더라도 확실한 자신감이 생기기 전까지 정상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마도 경제활동 재개는 꽤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경제활동은 상당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옐런 전 의장도 6일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실업률은 아마 12%나 13%까지 오를 것이고, GDP 감소도 최소 30%에 달할 것"이라면서 "'V'자 반등이 가능하지만 피해가 커질수록 'U'자 반등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노동시장의 실적, 특히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을 포함해 자주 거론되는 지표들이 몹시 충격적이다"라면서 "전례 없이 엄청나고 파괴적인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옐런 전 의장은 셧다운 기간 경제 피해의 규모 여부에 다라 U자형 반등이 아닌 L자형 반등이라는 더 나쁜 것도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imne@fnnews.com 홍예지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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