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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자격 미달에도 현혹"..'내집 마련' 서민 울리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3 15:44

수정 2020.04.13 15:57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일부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 자격 미달자에게 조합 가입을 유도한 뒤 계약금 환불을 거절하는 사례가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로 인해 '내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진 서민들이 청약통장 없이도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지역주택조합에 몰리는 현상을 악용, 이 같은 사기행각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입하기 이전에 서류상 내용이 확실한지 꼼꼼히 따져볼 것을 당부했다.

■조합원 가입 유도, 환불 거절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자격이 되지 않는 A씨를 조합에 가입시켰다. 조합에 가입하기 위해 계약금 3000만원을 지불한 A씨는 다음날 홍보관에서 나눠준 책자를 통해 자신이 조합원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역주택조합제도는 일정 기간 이상 해당 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 소유자여야 조합원으로서 자격을 지닌다.

또 조합설립인가 예정일 1년 전부터 이 같은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A씨는 주택을 소유하고는 있지만 해당 지자체에 등기부 이전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울러 A씨가 홍보관에서 조합에 가입한 날은 해당 지역주택조합의 설립인가 예정일(2021년 3월 20일)보다 1년이 채 남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조합원으로 가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해당 조합은 A씨에게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며 계약금 3000만원을 지불하고 조합에 가입토록 유도한 것이다.

A씨는 계약 직후 해당 지역주택조합 홍보관을 찾아가 조합 탈퇴와 계약금 환불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이를 거절했다. 오히려 "위약금 5000만원을 지불하라"며 영업방해로 A씨를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했다.

주택법상 조합원의 임의탈퇴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조합에서는 사업이 진행중인데 조합원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탈퇴한다면 그만큼 손실된 금전은 남은 조합원들이 추가적으로 분담해 내야 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탈퇴를 막으려고 한다.

그러나 A씨처럼 조합원 가입 자격이 되지 않는데도 자격 유무에 대한 설명없이 계약을 유도한 점은 형사고소가 가능하다. 현행 주택법 제 11조의5 '조합원 모집 광고등에 관한 준수사항'에 따르면 모집주체가 주택조합의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 광고할 경우 조합원의 자격기준에 관한 내용을 알려야 한다.

■"불법적 요소 맞아...고소 가능"
A씨는 "계약 자체가 무효인데, 이를 따져보지 않고 계약한 조합원의 과실이라고 조합은 주장했다"며 "사건을 접수하기 위해 찾은 경찰에서도 '불법적인 요소가 맞다'며 형사로 사건을 접수하려 하자 업무추진비 17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돌려주겠다고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사건을 접수하기 전 계약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고 사건은 일단락됐다.

또 최근 경기도의 한 지역주택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이 '조합이 그동안 부적격 조합원들을 모집해 조합비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조합비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 조합원 일부는 사기 등의 혐의로 조합을 형사고소하거나 부당이득 반환청구 등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조합에 가입하기 전 계약서 등 서류상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사업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서류 등이 확실한 내용인지 사전에 조합으로부터 제공받아 살펴보는게 그나마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거나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조합의 조합원 탈퇴도 원활한 사업의 진행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모순된 상황도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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