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이자 세계적인 대부호로 이름을 날린 빌 게이츠(65)가 전염병 투사로 변신에 성공했다. 게이츠는 지구촌 어느 리더보다 코로나19 위기를 경고하면서, 지원 기금을 조성하고 백신 개발에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13일 MS 이사회에서 물러난 그는 본격적으로 자선사업에 매진 중이다.
13일(현지시간) 게이츠는 화상인터뷰를 통해 미국 NBC '엘렌 드제너러스쇼'에 출연,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에선 게이츠가 5년전 내놓은 팬데믹 '예언'이 다시 주목받았다.
게이츠는 2015년 세계적인 지식 콘퍼런스인 테드(TED) 강연에서 "향후 몇십년 내 1000만명 이상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 있다면 전쟁보다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일 것"이라면서 "비상시에 대비해 예비 의료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게이츠는 당시 발언에 대해 "2015년 강연의 목표는 정부가 다음번 전염병에 대비한 작업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면서 "우리가 진단을 매우 빨리하고 약, 심지어 백신도 매우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이츠는 그러면서 지난 5년간 자신과 부인인 멀린다가 재단을 통해 전염병에 대비한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수년전부터 전염병과 싸움에 팔을 걷어붙였다. 질병 퇴치·의료기술 개발 지원 등을 위해 아내와 함께 '빌&멀린다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천문학적인 자금을 기부했다. 2012년 그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와 결핵, 말라리아 등 3대 질병 퇴치를 위해 7억5000만달러를 지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당시엔 감염국에 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번 사태에서도 게이츠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기 전인 2월 초 1억달러(1220억원)를 내놨다. 당시 코로나19 진앙지였던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게이츠 재단에 감사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백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2017년 여러 국가와 협력해 감염병혁신연합(CEPI)을 출범시켰다. CEPI는 백신 테스트 절차를 가속화하고 새로운 면역 생성법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기구다.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인 게이츠는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연구개발 기금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12일 게이츠는 공개 성명을 통해 G20 정상들에게 자신의 재단과 CEPI가 “최소 여덟 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며 연구자들은 18개월 안에 최소한 하나가 준비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면서 “CEPI에 최소 2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국가 간 장벽을 넘어 게이츠는 특히 세계 인류가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한다. 게이츠는 성명에서 어떤 코로나19 백신이든 '세계적 공공재'로 다뤄져야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모두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도 그는 "공동체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며 나아가는 위대한 사례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통해 우리는 이번 일을 함께하고 있고 우리가 공동체와 국가, 세계 속에서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상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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