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의 3월 경제지표가 사상최악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산업생산, 소매매출 지표는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이마저도 4월에 몰아닥칠 태풍의 '전주곡'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악재에도 상승하던 뉴욕증시는 폭락했고, 국채 가격은 상승했다.
■ 산업생산, 2차대전 이후 최대폭 하락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따르면 3월 미 산업생산은 전월비 5.4% 감소해 1946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산업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은 6.3% 급감해 역시 70여년만에 최대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 주택 건축업자들의 자신감도 사상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미주택건축협회(NAHB)는 주택시장 지수가 3월 72에서 4월 30으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 소매매출, 온라인 선전에도 사상최대 낙폭
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항목인 소매매출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상무부에 따르면 소매점포, 주유소, 식당, 술집, 온라인 상거래업체들의 매출이 모두 포함되는 소매매출은 3월 전월비 8.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99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월간 단위로는 최대 낙폭이다.
의류 판매는 50% 넘게 추락했고, 자동차·가구·전자제품·스포츠용품 등도 두자리수 하락폭을 기록했다.
식당과 술집은 2월에 비해 매출이 26.5% 감소했고, 의류 매출은 50.5%, 자동차 매출은 25.6% 급감했다.
식품·건축자재·의료보건 용품 매출이 증가했고, 아마존 매출이 3.1% 증가하는 등 온라인 매출은 상승했다.
특히 식품점들의 매출은 26.9% 급증했다.
월마트의 경우 화장지·세정용품·식품·재택근무용품 등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동일점포 매출이 20% 가까이 증가했다.
■ 3월 지표는 4월 최악상황의 전주곡 불과
그나마 3월 지표는 감염병 확산에 따른 공포로 사재기에 나선 소비자들이 화장지, 통조림 등 장기간 저장이 가능한 필수품들을 사재기하면서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이제 그 광풍이 지나간 터라 앞으로 매출은 되레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락세를 지탱해줄 버팀목이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3월 중순 이후부터 이동제한이 본격화했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90%가 자택보호 중인 4월 경제활동은 산업생산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랜트 손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미 경제는 깊이 얼어 붙고 있다"면서 "뼛 속까지 추위가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톱10 이코노미스트'에 선정되기도 한 유명 이코노미스트인 스웡크는 나아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3월 지표는 4월 이후 밀어닥칠 최악의 상황을 맛보기 정도로 보여주는 전주곡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소매 컨설팅업체 커스터머 그로스 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존슨 사장은 3월 하락세는 "말 그대로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면서도 최악은 오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그는 광범위한 상점 폐쇄가 3월 중순에 시작됐기 때문에 "4월이 최악이 될 것임은 확실하다"고 경고했다.
MFR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슈아 샤피로는 코로나19 영향에 놓인 산업분야에서 감원이 계속되는 한 소비자들의 재량적 지출은 멈출 가능성이 높다면서 길고 고통스런 길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샤피로는 실업률이 계속해서 사상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게 될테고 이는 소비지출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금융시장은 코로나19 충격이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악화로 재확인되면서 급락했다.
다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등 뉴욕증시 3대지수가 2%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했고,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0.10%포인트 급락한 0.64%로 하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