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모텔 투숙객을 둔기로 살해한 뒤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대호(39)가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엄중한 형을 선고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장씨를 사형에 처해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의 특별한 사정과 누구라도 인정할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및 사체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장씨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이 수호하고자 하는 최고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이 안 되는 중대 범죄"라며 "이 사건 범행은 사전에 계획해서 살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씨가 주장하는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과정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장씨의 범행 수단과 방법이 잔혹할 뿐 아니라 범행 후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삭제해 치밀하게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치명적 공격을 받고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고, 피해자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형언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 "장씨는 범행 후 죄책감을 느끼거나 후회하기보다는 정당한 보복이나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피해자에 미안하지 않고 동일한 상황이 되면 같은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다"며 "피해자 생명에 대한 최소한 존중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이 사건 범행 관련 글을 작성해 외부에 알리려는 것을 보면 현재도 과연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재판부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다만 "장씨는 스스로 경찰에 출석해 범행을 자백했다"며 "화를 억제하지 못한 것만으로 살인이 정당화되지는 않지만, 장씨가 타인과 유대관계가 없는 고립된 생활로 인해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지게 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범행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체손괴·은닉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한 것보다 피해자에 대한 분노 감정으로 살해한 후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항소심에서 비록 충분하지는 않지만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해 잘못했다고 하면서 사죄 의사를 표시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씨에 대해 엄중한 형의 처벌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지만, 장씨를 사형에 처해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나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장씨에게 향후 기간에 정함이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해서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참회하게 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속죄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사건 범행과 전반적 사정에 비춰 상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무기징역이 선고된 뒤 피해자 유족들은 "사람을 죽여도 되는 범죄만 키우는 나라"라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장씨는 지난해 8월8일 오전 자신이 일하는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투숙객 A씨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에서 장씨는 "피해자가 반말하고 시비를 걸며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 취재진을 향해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으로 피해자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 막말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장씨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장씨를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사형을 구형했다.
장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제가 슬픈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해서 저를 비난하는 분들이 있다"며 "저는 원래 슬픈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눈물도 잘 못 흘린다. 세월호 사건 때도 슬프지 않더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세월호 6주기인 이날 장씨에게 항소심 선고가 내려졌다.
앞서 1심은 "장씨는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범행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등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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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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