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평수에 실거주 위주였지만...매물 내놓는 다주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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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미 급매물↑...호가 최대 3억원 떨어져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1대 총선이 집권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실망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투자 수요가 많아 가격 변동이 잦았던 은마아파트뿐만 아니라 여태 안정적인 시세를 보여온 우선미 아파트에서도 호가가 2억원~3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대치동 한보미도맨션의 경우 올 2월부터 이미 실거래가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3일 30억7000만원(12층)에 거래된 전용 128㎡는 올 2월 27일 29억80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총선이 끝난 지난주부터는 호가가 29억원 밑으로 떨어지더니, 4월 넷째 주 들어 27억원대 매물도 나왔다.
대치동 선경 1, 2차 아파트는 전용 161㎡는 지난해 12월 30일 39억5000만원(8층)에 거래됐는데, 최근에는 호가가 2억5000만원 떨어진 37억원대 급매물이 5층, 6층, 8층에 총 3곳이 나와 있다.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 128㎡도 총선 이후 30억원~31억원대에 매물을 내놓는 다주택자가 나오고 있다. 이 전용면적의 마지막 거래는 지난해 11월 29일 33억원(2층)인데, 호가가 약 2억원~3억원 떨어진 것이다.
■대형 평수에 실거주 다주택자들도 못참아
인근 중개사들은 우선미 아파트에서 다주택자 급매물이 잇따라 나오는 게 다소 의외라고 입을 모았다. 대형 평수에 인근 학군을 보고 실거주 목적으로 찾아오는 수요자가 더 많아 왔던 탓이다.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우선미는 대부분 가구가 전용 120㎡ 이상에 단지 규모도 은마아파트에 비해 적어 투자 수요보다는 교육 목적 실거주가 많은 곳으로 알고 있었다"라며 "이번 총선 결과가 나온 뒤 우선미 매물을 갖고 있던 다주택자들이 시세를 얼마까지 조정해야 하냐는 전화 문의가 대폭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강남 재건축 단지의 바로미터였던 은마아파트의 가격이 지난해 12·16대책 이후 출렁이긴 했지만 우선미는 딱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라면서 "아무래도 총선 이후 재건축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데다 30년도 넘은 아파트다 보니 다른 곳에 있는 실거주용 매물은 놔두고 양도세·보유세를 아낄 수 있는 우선미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건축 단지 실망 매물 이어질 것"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 코로나19에 총선 결과까지 겹쳐 재건축 단지 매매가격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총선 결과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재건축 규제,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심리가 어느 정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규제 완화보다는 강화의 여지가 많아졌고 여기에 대한 실망 매물이 지금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집권 여당이 과반 이상 의석수를 점유하면서 의정 활동이 훨씬 유리해진 입장인데, 현 정부가 여태 추진해온 재건축·다주택자 규제 정책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진 상황"이라며 "결국 수요자 관망, 낮은 거래량이 유지돼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격 하락 현상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록 저금리에 시장 유동성이 많지만 코로나19와 정부 규제, 총선 결과가 워낙 강해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격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로 봤을 때 대선 때도 오히려 정부가 시장 규제를 더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 서울 신규 입주량이 줄어 재건축 단지가 급락장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함 랩장은 "아파트 기준 내년에 서울에 2만2404가구가 입주하는데, 올해에 1만8785가구 줄어든다. 신축 주택의 경우 전매 제한으로 시장에 유통 매물이 많이 감소할 것"이라며 "재건축 단지의 가격 약세장이 이어지고 실망 매물도 계속해서 나오겠지만, 서울 입주량과 연결해서 봤을 때 매매가격이 급락장, 투매장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niki@fnnews.com 강현수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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