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조직력 붕괴’ 우려하는 기업들… 소통 강화·사기 진작 힘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0 18:30

수정 2020.04.20 18:30

코로나發 임금 삭감·무급 휴직 등
내부적 위기 현실화 결속력 ‘흔들’
타격 극심 항공사들 해결책 ‘막막’
사내 게시판 공유 소통 확대 추진
"CEO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 중요"
#.국내 전자 업계의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부터 매주 1~2회 지방에 있는 생산 공장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조직 결속력이 흐뜨러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업 관계자는 "매출 악화 등이 본격화되는 2·4분기를 앞두고 CEO가 사내 분위기 쇄신을 강력하게 지시했다"고 전했다.

#.10대 그룹 소속의 한 팀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내 홍보 콘텐츠를 만드는 데 하루 업무 시간을 대부분 쏟고 있다. 상부에서 사내 소식지 등을 강화해달라는 지시를 받으면서 고민이 커진 것이다.
이 직원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사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조직력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해졌다"면서 "팀원 모두가 사내 홍보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2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에서는 사내 조직력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직원의 임금 삭감과 무급 휴직, 구조조정 등 내부적 위기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강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강자로 성장한 국내 기업들은 올해 2·4분기 매출 하락뿐 아니라 조직력의 약화에도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극심한 항공사들은 직원들의 사기가 나락까지 떨어졌지만, 해결책이 마땅히 없는 모습이다. 업계 1위인 대한항공은 지난 16일부터 오는 10월 15일까지 6개월 동안 전 직원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한 회사 관계자는 "실제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이 많이 줄어들면서 조직 분위기가 크게 침체됐다"며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질 않아 사내 분위기 쇄신 등에 신경을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직원들은 회사가 언제 문을 닫을 지도 모르는 위기감에 놓였다. 한 LCC 관계자는 "기업 내부 결속이 약화된 것은 꽤 오래됐다. 하지만 이를 쇄신하기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없다는 것도 다들 너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세계 모든 항공사가 어려워 다른 회사로 이직조차 할 수 없다"며 "유급휴직이라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영 위기에 놓인 두산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한 계열사 직원은 "휴업 얘기가 나오면서 다들 회사가 등을 떠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부 결속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자 관련 기업들은 1·4분기 매출 타격이 적었지만 매출 하락 우려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 과중 등으로 조직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한 대기업 전자 계열사 소속 직원 A씨는 "지난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고 있을때 출장을 갔어야 했다"면서 "회사 결정에 실망하고 당시 스트레스도 당시 극심했다"고 했다.

때문에 삼성, LG 등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과의 소통 강화를 해결책으로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만든 자체 동영상을 만들어 사내 게시판에 공유 중이다.
LG 계열사도 임원진들이 사내 게시판에 코로나19 극복 메시지를 올리는 등 사내 직원들의 소통 확대를 추진 중이다.

최근 무급 순환 휴직을 결정한 대유위니아그룹의 김혁표 위니아딤채 대표와 안병덕 위니아대우 대표는 지난달부터 사내 그룹웨어를 통해 코로나19 극복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생존 여부가 달린 상황에 직면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조직 관리까지 신경 쓰기엔 한계에 다다른 것 처럼 보여 우려스럽다"면서도 "기업의 현재 상황에 대한 CEO들의 정확한 진단과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과의 진정성 있는 설명 및 해결 방안 제시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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