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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억원 혈세 투입에도 면세점사업 두 손 든 제주관광공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3 12:35

수정 2020.04.25 13:40

시내면세점, 사드 쇼크에 중국 크루즈단체 관광객 전적 의존한 게 패착
수익성 악화로 만성적자, 개점 4년 만에 정리수순…지정면세점에 집중  

강봉석 제주관광공사 면세사업단장(가운데)이 23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오는 29일로 시내면세점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강봉석 제주관광공사 면세사업단장(가운데)이 23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오는 29일로 시내면세점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제주=좌승훈 기자] 미래 제주관광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던 제주관광공사(사장 박홍배) 지정면세점이 만성적자 끝에 개점 4년 만에 폐점된다.

공사 면세사업단은 23일 오전 공사 기자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갖고 지난해 12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시내면세점 사업 철수를 결정한 후, 재고상품 판매와 특허 반납 절차에 들어가 오는 29일로 영업을 종료하고, 지정면세점 운영에만 주력한다고 밝혔다.

■ 공사, 시내면세점 철거 최종 입장 정리…29일 사업 종료

공사는 2015년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후, 이듬해인 2016년 2월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에 사업장을 열었다. 이어 2018년 1월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로 옮겼으나, 중국발 크루즈 단체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결국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정부의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 금지령) 제재 조치와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제주국제공항과 일본·중국·동남아를 잇는 국제선마저 모두 끊기면서 경영난이 악화된 게 폐점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개점이후 매년 40억원 가까이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액이 154억원대(2016년 43억원·2017년 45억원·2018년 38억원·2019년 28억원)에 달하면서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수 논의가 본격적으로 오갔다.

더욱이 공사가 면세점 경영위기로 인건비조차 제대로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자,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127억원의 보조금(2017년 20억원·2018년 30억원·2019년 27억원·2020년 50억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당초 흑자 경영을 통해 관광산업 활성화와 투자 확대, 고용촉진 이끌 것이라던 공사 지정면세점은 되레 4년 동안 계속 혈세만 삼킨 하마가 돼 버렸다. 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도, 정상화에 실패하면서 경영책임론도 본격 제기되고 있다.

앞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해 11월 제주도의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공사 지정면세점에 대해 "도민 세금으로 적자를 메꾸는 것은 감당 힘들기 때문에 사업 철수를 전제로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신화원드 내에 있는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신화원드 내에 있는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

공사는 현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있는 지정면세점 운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정면세점 매출도 시원치 않다. 2014년 40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지난해 330억원대로 감소 했다. 순이익은 6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침체에 빠진 도내 관광업계가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강봉석 면세사업단장은 “면세점은 규모 경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브랜드도 부족했고, 자금력도 한계가 있었다. 면세 시장이 대기업 위주인데 발맞추기도 힘들었다”면서 “적자를 누적해서 가는 것보다 과감하게 철수를 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면, 내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오는 7월 성산항 지정면세점도 재개장하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 발굴을 비롯해 영업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내면세점 폐점에 따른 인력 재배치도 불가피해졌다. 공사에서 파견된 인력은 모두 26명이다.
이중 9명은 올해 2월말까지 계약이 끝난 상태이며, 나머지 17명은 지정면세점으로 돌아가거나 사업부서로 재배치가 이뤄진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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