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영국 브리티시 항공(BA)이 전체 직원의 30%를 감원한다고 밝혔다. 항공여객 수요가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란 비관전망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 칼을 꺼내 들었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일시해고가 영구적인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어려움을 겪던 항공산업 등 약한 고리를 시작으로 세계 경제에 대규모 실업 칼바람이 불어닥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렉스 크루즈 BA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 수주일 간 "항공산업 전망이 더 악화했다"면서 "지금 당장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감원계획을 밝혔다.
이날 BA 모기업인 IAG가 공개한 1·4분기 실적, 2·4분기 예비실적은 참담했다.
IAG는 1·4분기 세전 영업이익이 지난해 1억3500만유로 흑자에서 올해에는 5억3500만유로(약 709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면서 기름값 폭락에 따른 연료, 외환 헤지에서 13억유로 손실을 본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IAG는 이어 2·4분기 실적은 1·4분기에 비해 '심각히 악화할' 것이라면서 "지난해 수준의 여객 수요 회복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어서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달초 IAG는 다음달까지 자사 항공기 90%를 운항 중단하기로 했고, 2019회계연도 배당 3억3700만유로도 취소한 바 있다.
크루즈 CEO는 BA가 정부의 간섭을 피해 감원을 선택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서한에서 "BA를 위한 정부 구제금융도 없고, (일시해고자를 위한) 납세자들의 임금보조 역시 영원히 지속될 수도 없다"면서 "BA가 빌리는 돈은 모두 단기 대출이어서 우리가 직면한 장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크루즈는 "장기적인 수요 감소, 경제적 충격 또는 BA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사건들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발파, 유나이트, GMB 등 회사의 3개 노조와 앞으로 45일간 정리해고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대량 해고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던 영국 재무부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특히 지난달 24일 항공업계에 보낸 서한에서 감원이 아닌 투자자들과 채권자들을 상대로 한 자구책 마련을 전제로 정부 구제금융을 제안했던 리시 슈나크 재무장관이 곤란해졌다.
슈나크 장관은 당시 서한에서 "모든 민간 항공사들이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자본투입 확대, 금융 이해당사자들과 협의 등을 포함한 모든 자구책을 시도해 본 뒤에야 추가 재정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정부 지원은 또 '납세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하는 구조로 짜여질 것이라면서 구제금융을 지원하되 정부가 항공사 지분을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대규모 감원 계획에 노조는 곧바로 반발했다.
조종사노조인 발파의 브라이언 스트러튼 사무총장은 그동안 "코로나19 폭풍을 헤쳐나갈 만큼 충분히 부유하다고 강조하면서 정부 지원을 거절했던 항공사가" 비관전망의 빗장을 풀었다면서 "발파는 이번 감원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일자리 단 하나를 위해서라도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전세계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존폐 기로에 몰려 있다.
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3개국 연합 항공사인 SAS는 이날 전체 인력의 절반인 정규직 5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시해고가 아닌 영구 감원이다. SAS는 사업 정상화에 수년이 걸릴 것으로 비관했다.
노조 소식통들에 따르면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파산보호 신청을 검토 중이고, 노르웨이 에어 셔틀은 앞으로 1년간 항공기 대부분을 운항하지 않을 전망이다. 노르웨이 에어는 2022년까지는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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