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연 80조엔 한도도 이미 유명무실화될 정도로
지난해 일은 국채 매입 순증액 14조엔에 불과
국채 매입 한도 충분히 남아
80조엔 초과 매입엔 회의적 시선
구로다 총재 "뭐든지 하겠다"고 했지만
오랜 금융완화에 시장의 내성 한층 강해져
지난해 일은 국채 매입 순증액 14조엔에 불과
국채 매입 한도 충분히 남아
80조엔 초과 매입엔 회의적 시선
구로다 총재 "뭐든지 하겠다"고 했지만
오랜 금융완화에 시장의 내성 한층 강해져
오랜 양적완화로 시장의 내성도 강해졌다.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심리적 반등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은행으로선 추가 금융완화에 앞서 시장과 심리 싸움부터 벌어야 할 판이다.
■80조엔 목표도 못지켰으면서
지난달 27일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일은은 무제한 국채매입과 함께 회사채와 기업어음(CP)매입 규모 3배 확대책을 내놓았다. "뭐든 다 하겠다"는 구로다 총재의 발언에도 시장에선 악화된 투자심리를 돌려세울 것 같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양'과 '속도'에서 그렇다.
도쿄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에 "선언적 조치에 불과하다"며 "과연 실제 국채 매입액이 80조엔을 넘어서겠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국채 매입 순증이 실제 연 10조엔대까지 줄어 80조엔까지 충분히 잔액이 남았음에도 굳이 '80조엔 한도'라는 목표를 철폐했다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일은이 80조엔을 넘는 대규모 국채는 사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 평가다. 미츠이 스미토모 DS애셋 관계자는 "매입양이 극적으로 증가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속도' 역시 늘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토시마 다카토시 픽테투신투자자문 전략가는 최근 닛케이에 일은의 이번 추가금융완화책에 대해 "미 연준 등 여타 중앙은행들의 완화정책과 보조를 맞추려는 것"이라면서도 최근 이미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日銀 "금리 상승은 막아야"
이런 지적에도 일은은 일단 마음이 급하다. 일은은 올해 일본경제 전망치를 마이너스(-)5.0~-3.0%으로 전망했다. 민간 경제기관들은 이보다 더 낮은 수치를 불러대고 있다.
구로다 총재가 선언적이나마 국채 매입 한도 철폐를 들고 나온 건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일본 정부의 국채 발행은 이미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코로나19발 경기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의 재정정책의 대부분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국채가 증가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국채 금리는 뛸 수밖에 없다. 일은이 이를 무제한으로 사줄 것이라고 천명함으로써, 금리 상승을 막겠다는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이를 두고 정부와 중앙은행의 폴리시믹스(정책공조)라고 주장했으나, 중앙은행이 정부의 뒷주머니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의 "재정 파이낸스"라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모델은 美연준이나 "너무 적고 느리다"
일은의 모델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다. 연준은 한 번에 0.50%포인트를 내리는 등 금리를 제로금리까지 내린 데 이어
지난 3월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QE), 무제한적인 '달러 찍어내기'에 들어갔다. 5000억 달러 규모였던 미 채권 구입은 한도를 없애고 '필요한 양'으로 전환했다. 심지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정크본드 시장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카드다. 최근 미국에선 전시채권(war bond)형태의 코로나 채권 발행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일은은 아직까지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보류한 상태다. 하반기로 들어서면 결국 금리 카드도 내놓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이이치세이메이 경제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아사히신문에 일은의 결정에 대해 "매사 돌다리도 너무 두드리는 경향이 있다. 너무 적고, 너무 늦다"며 보다 과감한 행보를 촉구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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