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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장 최악 지났다지만… "탱크톱 우려 몇 주는 더 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3 17:17

수정 2020.05.03 17:17

산유국 감산·중국 석유수요 증가에
선물가격·유조선 임대료 진정 영향
일주일간 유가 배럴당 5달러 올라
석유시장 수급 완화 기대감 높아져
석유시장 최악 지났다지만… "탱크톱 우려 몇 주는 더 간다"
석유시장이 변곡점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산유국들의 본격적인 석유감산을 비롯해 중국의 석유수요 증가세 및 석유 선물가격 안정화와 유조선 임대료 진정세가 석유수급 정상화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석유저장 포화(탱크톱) 문제가 국제유가 변동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이하 현지시간) 지난 1주일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5달러 안팎 올랐다면서 석유시장이 변곡점에 접어들었을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공급감소와 수요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게 석유시장의 심각한 수급불균형을 서서히 완화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우선 공급은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합의한 하루 980만배럴 감산이 이날부터 발효되고, 미국과 노르웨이 등의 감산도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는 자체 감산을 선언했고,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지역 석유생산도 줄어들고 있다. 명시적으로 감산 규모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유가 붕괴에 따른 유정폐쇄가 잇따라 이미 하루 300만배럴이 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최대 독립 석유트레이더 가운데 하나인 트라피구라의 석유트레이드 공동책임자 벡 루코크는 "비록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이제 (석유생산) 감축규모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고 깊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루코크는 "건전한 시장 수급상태와는 여전히 상당한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석유저장 위기는 이미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에서 석유저장시설을 운영하는 컨버지 미드스트림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나 그램스도 "송유관을 통해 유입되는 석유 규모가 줄고 있다"면서 미국 최대 셰일석유 생산지역인 퍼미안분지와 텍사스주 남부 이글포드 등의 석유생산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공급감소 속에 중국의 석유수요는 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코로나19 홍역을 치른 중국이 봉쇄를 풀고 경제활동 기지개를 켜면서 석유수요가 늘어난 데다 저유가 상황을 이용해 전략비축유(SPR)를 확대하고 있다.

유가가 조정되면서 석유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을 웃도는 정상시장(콘탱고) 상황이 약화되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브렌트유 현물가격과 6개월 선물가격 차이는 3월 말 이후 절반으로 급감, 배럴당 7달러 미만으로 좁혀졌다.

트라피구라의 루코크는 "당분간 덜컹거리기는 하겠지만 이전만큼의 비상국면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장이 개선되는 조짐은 석유저장을 위한 유조선 임대료 급락에서도 감지된다. 최대 200만배럴을 선적할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 VLCC 하루 임대료는 3월 말 23만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임대료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지난주에는 하루 8만8600달러로 반토막 났다.

그러나 아직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 에너지는 미국과 유럽 각국이 봉쇄 완화에 나서면서 수급 문제가 완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탱크톱 우려는 앞으로 수주일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스타드에 따르면 감산합의가 이뤄지기 전 4300만배럴을 싣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출발한 유조선 28대가 오는 24일까지 미국에 입항하게 된다.


리스타드 애널리스트 루이스 딕슨은 "석유시장이 마술처럼 뚝딱 회복된 것은 아니다"라며 "저장시설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이슈"라고 말했다. 딕슨은 "석유업체들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생산 감축을 결정해 시장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버지의 그램스 CEO도 석유수요 회복은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면서 다른 한편 현금에 목마른 일부 석유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자사의 생존이 불가능한 유가 수준에서도 석유를 생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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