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충분한 수면은 가장 손쉽게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줄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뇌신경센터 신경과 교수는 4일 수면과 면역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질 높은 수면은 체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수면 부족은 신체 방어 시스템을 약화시켜 바이러스 감염에 더욱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 반면 충분한 수면은 면역 체계를 지원해 우리 몸이 감염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수면부족으로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면 면역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연살해(NK)세포 및 보조 T세포(CD4양성 T 세포)수와 기능이 감소한다. 특히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로 수면 중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이러한 NK세포의 증식에 영향을 미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수면이 부족한 그룹에서 인플루엔자 A 백신 및 A형 간염 백신 접종 이후 면역 반응이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 즉 수면 시간이 짧을수록 면역기능의 주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약해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또한 감기바이러스 중 하나인 리노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더니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감기에 걸릴 확률이 3배가량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리사 메달리에 시카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수면은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달리에 교수는 "충분한 수면은 체내 면역체계를 지원해 우리 몸이 감염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킨다"며 "수면은 기분을 조절하고 뇌 기능을 향상시켜 낮 동안 전반적인 에너지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햇볕도 숙면에 도움…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에 영향
충분한 수면을 위해서 여러 전문가들은 낮에 충분한 햇볕에 노출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낮에 쬐는 햇볕은 오히려 멜라토닌 생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밤에 노출된 빛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을 방해한다. 늦은 밤 TV나 스마트폰을 볼 경우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지난 2017년 관련 학술지 '수면건강(Sleep Health)'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아침에 햇빛에 노출된 근로자는 우울감이 줄어들고 밤에 숙면을 취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케빈 모건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충분한 햇볕을 쪼이지 못할 경우 수면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수치가 부족해 밤에 충분한 수면을 이루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브라 애보트 노스웨스턴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낮에 최대한 자연광에 노출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며 "한낮에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거리를 걷거나 재택근무 중이라면 창문 가까이 자리 잡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꾸준한 생활습관으로 일정한 생체시계 유지해야 숙면에 유리해
일상 생활습관을 꾸준하게 유지해 생체시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수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관되지 않은 취침 및 기상 시간은 밤에 숙면을 취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일정한 시간에 따라 호르몬 분비, 체온, 혈압 등 생리, 대사와 관련된 다양한 생체 리듬을 조절한다. 생체시계란 뇌에서 이러한 생체리듬이 주기적으로 조절될 수 있도록 몸에서 조절하는 생물학적 시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수면 리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생체시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오랜만에 연휴를 맞아 늦은 밤까지 TV 등을 시청해 아침에 늦잠을 자거나 과도하게 낮잠을 자는 것은 수면의 질 향상에 도움 되지 않는다.
낮잠이 필요하면 가급적 30분 이내로 오후 2시 전에 자는 것이 좋다. 수면장애로 밤에 잠을 자는데 문제가 있다면 낮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케빈 모건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평소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생활 패턴이 변했어도 오래된 자신의 수면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원철 교수는 "주중에 부족한 잠을 주말에 몰아서 오래 자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마치 당일치기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과 같이 몸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자면서 TV나 음악 등을 틀어놓지 말 것도 조언했다. 수면 시간이 길어도 수면의 질이 낮으면 면역기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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