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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채권, 외국 투자자 러브콜...신흥시장 자금 이탈과 대조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5 15:05

수정 2020.05.05 15:07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뉴스1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뉴스1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이후 신흥시장 자금 이탈이 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채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달러를 쥔 외국인 입장에서는 현재 한국의 달러 수요와 채권 가격, 신용도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자체 집계한 결과 올해 1·4분기 한국 채권시장에 순유입된 해외 자금이 220억달러(약 26조961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0억달러 늘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인도와 인도네시아, 태국, 멕시코,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포함한 6개 신흥시장에서는 41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한국 채권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환 위험회피(헤지) 시세에 따른 추가 이익이 상당하다. 블룸버그는 한국 내 달러 수요가 매우 강력하고 한국 투자자들이 외환 스와프 시장에서 많은 웃돈을 주고 달러 확보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자체 분석에 의하면 외환 스와프 시장에서 한국 원으로 달러를 대출할 때 내야하는 프리미엄 금리는 1.6%로 중국 위안을 이용한 달러 대출의 약 2배였다.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빌린 달러를 미 3년물 국채에 투자할 바에 스와프 시장에서 원으로 바꿔 비슷한 만기의 한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던컨 탄 전략가는 "한국 원은 아직 국제적으로 매우 넓게 통용되고 있고 환 헤지 금리가 미 금리 대비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장점은 신용 등급이다. 미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평가한 한국의 신용 등급은 각각 Aa2와 AA 등급으로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다른 미 신평사 피치는 한국의 등급을 네 번째로 높은 AA-로 두고 있다. S&P는 지난달 21일 코로나19 여파에 불구하고 한국의 신용등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한국 경제가 올해 1.5% 위축되겠지만 내년에는 5% 수준으로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HSBC은행 홍콩 지점의 안드레 드 실바 글로벌 신흥시장금리 연구 대표는 "한국 채권은 높은 신용등급과 튼튼한 기반, 선진국 시장과 비슷한 특성 때문에 종종 안전자산으로 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 채권의 약 55%가 외국 중앙은행들이라면서 한국 채권이 선진국 채권의 대체제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인기 요인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다. 블룸버그는 한국 국채의 유통금리가 10년물 기준으로 1.5%라면서 태국(1.14%)이나 싱가포르(0.9%), 대만(0.48%)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채권 가격은 만기 가치를 유통금리로 깎아서 재는 만큼 이는 비교적 한국 국채가 가격이 싸다는 의미다.
미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의 응 켕 시앙 아시아 태평양 채권부문 대표는 "한국 국채 가격은 아시아에서 높은 편이 아니다"라며 "한국 채권 시장은 중국과 일본 다음으로 크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한국은행의 한미 통화 스와프와 채권안정화펀드 가동 등을 지적하며 한국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이 채권 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매뉴라이프 금융그룹 홍콩 지점의 수 트린 글로벌 거시전략부문 이사는 "한국 채권시장은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정부가 내놓은 채권안정화펀드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일반적으로 한국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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