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행된 첫날 서울 도심 곳곳은 화창한 봄날씨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조심스럽게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는 시민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정부는 3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 45일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했다. 그동안 문 닫았던 일부 시설들은 영업을 재개하고 행사와 모임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전제로 허용됐다.
■"더운 날씨에 마스크 쓰기 힘들어"
6일 서울 여의도 한 대형 쇼핑센터에선 코로나19 생활 방역수칙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었다. 쇼핑센터에 방문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입구에 비치된 손소독제를 뿌리고 들어가는 시민도 자주 눈에 띄었다.
쇼핑센터 내에 위치한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는 손님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일부 테이블을 빼놓은 상태였다. 유명 음식점은 손님이 붐비기도 했지만 식사를 마친 시민들은 서둘러 마스크를 착용하고 밝은 표정으로 식당을 나섰다.
여의도공원과 한강 인근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피자나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거리를 싸들고 나온 직장인과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나온 시민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정오를 기준으로 시민들이 몰릴 것을 예상한 상인들은 돗자리와 그늘막을 팔 준비에 분주했다.
사람들이 몰리고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생활 속 거리두기는 다소 느슨해지는 모양새였다. 야외라는 환경을 의식한 듯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이 늘었고, 저마다 손에 일회용 커피잔을 든 회사원들은 마스크를 턱 밑까지 내린 채 대화에 열중했다.
회사원 김모씨는 "확진자가 감소하다 보니 마음이 풀어진다"며 "날씨가 더워서 마스크를 5분만 써도 땀이 난다. 점심시간 잠시라도 마스크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와 산책 나왔다는 60대 이모씨는 "지금 주위를 돌아보라. 마스크 안 쓴 사람 많지 않나"고 반문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유행 가능성 경고…지침 잘 지켜야"
생활 속 거리두리가 이행되면서 그동안 잘 지켜졌던 방역수칙에 구멍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일선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사들은 마스크를 구매하는 시민이 감소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가 공적마스크 판매를 일주일에 3장으로 늘렸지만 '마스크 부족'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스크 알림앱을 통해 나타나는 마스크 재고 상황은 넉넉한 편이다. 굳이 약국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편의점 등에서도 마스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약사 이모씨는 "마스크 재고가 넉넉해진지 오래됐다"며 "시민들이 마스크를 오래 사용하는 법을 익히기도 했지만 구매자가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마스크 5부제를 하지 않아도 마스크가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정부는 아직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총리는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재유행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발표했지만, 우리들의 실생활 속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당부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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