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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식당 줄파산 직전…K푸드 뿌리 흔들리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6 16:18

수정 2020.05.06 16:18

6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한국 음식점. 점심 식사 시간이지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이 없다. 식당 문은 열려 있었지만 영업을 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6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한국 음식점. 점심 식사 시간이지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이 없다. 식당 문은 열려 있었지만 영업을 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도쿄·서울=정지우, 조은효 특파원, 김성호 기자】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글로벌 K푸드 생태계가 뿌리째 뽑힐 지경이다. 전 세계적인 한류붐에 힘입어 K푸드 전도사 역할을 해온 해외 한식당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악소리를 내고 있다. 인건비와 관리 운영비를 감내하며 버티기에 나섰지만 줄파산이라는 극한상황에 몰렸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다. 애써 확장해온 해외 한식당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경우 코로나19 이후 K푸드 재기 작업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달 영업일 0'…해외 한식당 줄파산 직전
일본의 골든위크 마지막 날인 6일 일본의 '한류 메카'인 도쿄 신오쿠보는 인적이 크게 끊기면서 적막감까지 감돌았다.

한·일 관계 악화에도 발디딜 틈 없이 인파로 가득 찼던 이곳의 상당수 음식점들이 임시 휴업을 내건 상태. 육안으로는 3분의 2 정도가 셔터를 내렸다. 치즈 닭갈비 등으로 퓨전 한식으로 히트를 쳤던 가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략 이곳 자영업의 3분 2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현재 신주쿠구 내 이른바 코리아타운이라 불리는 지역(오쿠보, 가부키초, 쇼칸도리 등)의 한인 점포는 약 640~650개 정도이며 이 중의 절반이 음식점이다.

일본인들로 붐비던 이곳이 현재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아르바이트 직원 등 종업원들을 내보낸 곳도 여러 곳. 신주쿠에서 한국 음식점 두 곳을 운영하는 강모 사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파산하는 곳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당장 종업원 월급에 임대료 지불일까지 다가오고 있어, 급한 마음에 일본 정부에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저리 융자를 신청했지만 언제 나올지 초조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는 "6월부터 정상적으로 영업을 한다 손 치더라도 몇 달 더 여파가 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도쿄의 한 인사는 "생계형 가게들은 버티다 못해 그대로 문을 닫고 있으며, 그나마 자본력이 있는 곳들은 종업원들을 자르고, 중국에서 마스크를 수입해다 팔아 버티고 있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코로나19의 충격이 가장 먼저 닥쳐왔던 곳인 만큼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도 앞서고 있다. 그러나 이미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영출혈이 심각한데다 중국의 소비회복도 더뎌 예년의 매출을 회복한다는 건 언감생심이라는 게 한식당 업주들의 하소연이다.

베이징의 한인 밀집지역 차오양구 왕징의 한 맥주전문점은 매출이 97%까지 곤두박질쳤다. 한국인이 주로 찾는 호텔은 하루 평균 180여명의 손님이 투숙하면서 120명이 같은 건물에서 식사를 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투숙객은 4명으로 줄었다. 온대성 재중한국외식협회 회장은 "지금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한인식당 사장은 "코로나19 확산 때도 어려웠으나 차오양구를 고위험지역으로 지정한 다음부터 중국 현지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두바이에서 한국식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부터 무기한 가게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예방차원의 강제 영업정지조치였다. 월세만 5000만원(200㎡ 기준)에 달하는 호텔 내 매장이라서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호텔이 아니면 술 판매가 안 되는 현지 사정상 중급 호텔에 자리한 대부분의 한식당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당국으로부터 지원도 한 푼 없는 상황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마음고생하는 점주들이 한둘이 아니다.

체코 프라하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B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영업일수는 '0'이었다. 코로나19로 정부가 번화가 식당 영업을 금지한 탓이다. 개별 자영업자에겐 지원이 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현지에서 법인을 내고 사업하는 B씨는 한푼도 받지 못했다.

■대안 부재…K푸드 뿌리째 흔들
사정은 어렵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한식당들이 현지에서 세금을 내고 재외국민이기 때문에 재정지원 등을 하려고 해도 근거가 될 수 있는 법이 없다.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급들이 해외 교민들과 간담회 후 지원방안 마련을 약속하지만 결국 국회에서 법이 제정되진 않았다. 현지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 역시 한식당에 지원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국은 지방정부나 국가기관과 관련된 건물 세입자 위주로 임대료 감면 혜택이 크다.
그러나 한식당은 개인 건물에 주로 세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신주쿠 상인회 측도 주한일본대사관 및 총영사관 등과 코로나 대책과 관련해 머리를 맞댔으나, 한식 및 한류 문화 지원 등은 사실상 논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식업계 한 관계자는 "세금을 한국에 내는 것도 아니니 정부에서 다 지원하라고 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다만 어렵게 늘린 한식당이 하나둘 문을 닫게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조은효 김성호 기자
jjw@fnnews.com 정지우 조은효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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