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부터 지키고 선사 재무체질 강화" [코로나19 대진단 산업지형이 바뀐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6 17:42

수정 2020.05.06 17:42

전문가 3人 지상좌담
양종서 수출입銀 해외경제硏 연구원
양종서 수출입銀 해외경제硏 연구원
한종길 성결대 교수
한종길 성결대 교수
이은창 산업硏 부연구위원
이은창 산업硏 부연구위원
코로나19 쇼크는 국내 조선·해운사들을 선박 수주절벽과 물동량 절벽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에서 생산까지 1~2년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2년이 되면 매출 급감으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코로나19 앞에서 정상적으로 생산과 인도를 했던 국내 조선·해운선사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되며 글로벌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조선·해운산업의 피해 규모와 파급력은.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조선)=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이나 2016년 수주절벽 시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올 1·4분기 전 세계 발주량은 129척에 그쳤다. 현재의 수주절벽은 2년 뒤인 2022년 매출에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수주 급감은 2년 뒤인 2022년 이후 매출 감소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조선)=매우 심각하다. 지난 4월까지 국내 수주량은 전년동기 대비 72% 감소한 67만CGT에 불과하다. 이는 4개월간 필요한 일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수주 속도를 감안하면 2022년 약 30억~40억달러의 수출 감소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 하반기 중이라도 수주실적이 회복된다면 상쇄될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해운)=올해 해운산업을 회복 불능의 위기로 몰고 갈 수준으로 보인다. 세계 무역량이 최대 30%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무역량 감소는 물동량 감소로 이어진다. 한정된 물량을 둘러싼 경쟁 심화로 국내 선사의 경우 최대 50% 이상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조선·해운산업 피해의 정점과 회복기는.

▲한=해운업은 오는 8월쯤이 정점으로 보인다. 해운업은 대개 3개월짜리 단기계약으로 이뤄진다. 지금 당장은 3개월 전 계약건으로 물건을 나르고 있지만 4~5월 물량 급감으로 인한 여파가 8월에 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여파가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 동북아시아(일본·중국) 등에서 언제 진정되느냐에 따라 해운산업의 경기침체 기간이 결정된다. 폭발적 소비가 일어날 올겨울까지는 가야 회복될 것이다.

▲양=조선업은 2년 치 일감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피해의 정점이 당장은 아니다. 올해 수주부진은 2022년 일감부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회복기를 단정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르면 올 하반기나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수주물량의 본격적 생산까지는 1~2년의 시차가 있다. 따라서 2022년이 피해의 정점으로 예상되나 코로나19로 인한 수주절벽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 규모도 커지고, 기간도 길어질 듯하다.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가 정상화되는 시점에야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조선·해운산업의 기회요인은.

▲양=직접적 기회요인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조선소들이 단기적으로 생산차질을 크게 빚어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한국 조선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었을 수 있다. 한국 조선사들은 이번 사태에서 생산차질을 보이지 않았기에 고객신뢰 향상 등 이미지 개선효과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글로벌 공급망의 위험으로 국내 해운산업의 중요성이 다시 인식되면서 내수시장 활성화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기자재 국내조달 확대 요구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부산항이 코로나19 위기에도 선원 교대, 선용품 공급, 항만방역 등의 기능을 정상 수행하면서 동북아에는 '안전항(Safety port)'이라는 이미지를 제고한 것이 향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국내 조선·해운사가 코로나 리스크를 극복하고 시장 지배력을 높일 전략은.

▲한=정부의 강력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붕괴를 막고, 선사의 재무체질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양=한국의 시장 지배력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품질에 달렸다. 이번 사태에서도 흔들림 없음을 보여줬듯이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발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제품의 품질개선 등이 병행돼야 한다.

▲이=조선업은 사이클산업이라 어려운 시기를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해운산업 강건화를 위한 내수 창출, 스마트 친환경선박과 스마트야드, 주요 기자재 국산화 등 기술개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은 원가절감 노력과 동시에 역량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불황 장기화 시 국내 조선산업 재편과 공급망 전략을 새로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조선·해운산업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한=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상위 일부 선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생존이 힘들 것이다. 특히 컨테이너 선사들은 국가적 지원이 없다면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다.

▲이=코로나19 장기화로 수주절벽이 오래간다면 2017년 이후 조금씩 극복해온 조선사들이 다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조선사의 설비 감축이나 인수합병이 진행될 수 있다.

▲양=2016년 수주절벽 때는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넘겼다.
핵심인력 유출 등 국내 조선사들이 인적 손실을 많이 봤다. 업계는 과거 사례를 통해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배웠다.
환경규제 강화 등에 의한 선박의 장기적 수요 요인은 살아있으므로 일시적 일감부족 시기를 넘길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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