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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무역분쟁→국채전쟁 '극단 치닫는' 美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7 16:14

수정 2020.05.07 16:14

코로나19→무역분쟁→국채전쟁 '극단 치닫는' 美中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송경재 기자】코로나19로 다시 불붙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2차 무역분쟁 조짐에 이어 국채 전쟁으로 번지는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상환 의무를 미국이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중국은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다만 미국이 자국의 국채를 보유한 국가에게 상환 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미국 정부와 달러화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행동에 옮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중국 역시 미국 국채의 대량 매도는 자국 손실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신랑재경 등에 따르면 중국 충칭직할시 시장을 지낸 황치판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미국은 미국 국채를 가진 세계 다른 나라에 채무 상환 의무를 지고 있고 신용은 신성한 것”이라며 “만일 미국이 국채 상환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신용이 먼저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최근 일부 미국 언론 보도에 대한 반응이다. 미국 언론은 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중국에 코로나19 책임을 묻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상환 거부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국채는 각국 중앙정부가 자금조달 등을 위해 발행하는 채무증서다. 만기가 되면 국채를 보유한 국가나 기업 등으로부터 매입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따라서 상환의 거부은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 신용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 국채는 지급이 보장된 세계적인 최우량 안전 자산으로 꼽혀왔다.

더욱이 미국은 코로나19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장기물 국채 발행을 크게 늘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이 추락하면 극단적으론 더 이상 미국 국채 매입자가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미국 국채 상환 거부’ 방안에 대해 “미국채 상환 의무의 신용은 절대적으로 신성불가침한 영역”이라고 일축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채 상환 거부는 달러에 대해서도 부정적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 황치판 부이사장은 “동결의 날이 진짜 발생한다면 이는 곧바로 달러 제국의 붕괴”이라며 "누구도 감히 자신의 명운을 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발발하면서 압박 수단으로 미국 국채를 줄여 나갔고 현재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보유국이 됐다. 2월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1조9200억달러(한화 약 2352조2000억원) 규모다.

반면 중국 내에선 미국 국채를 점진적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실제로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면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펴면서 부채를 늘리고 있는 미국 정부에 큰 압박이 될 수 있으며 미국 정부가 국채를 무기화하는 것도 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대규모 미국 국채 매도로 달러 가치가 급락할 수 있으며 이자율 상승 등으로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노린 전략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이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국채 대량 매각은 중국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미국 국채가 한꺼번에 풀리면 가격은 급락하고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금융시장 붕괴라는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대신 중국이 만기도래 국채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신규 매입은 중단하면서 압박할 선택지는 있다.

ING은행의 아이리스 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향후 수개월 동안 신규 국채 매입을 중단할 수는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실질적인 매각의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행정부에 1차 무역협정을 중국이 얼마나 이행하는지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1차 무역협상 파기하겠다고 경고했었다.

이외에 구체적인 대중 보복수단들도 거론된다. △기술산업과 의료·보건 부문의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 △추가 관세 카드 △미국 연기금의 중국기업 투자 금지 등이다.

중국에선 미국 정부 고소, 1차 무역합의 불이행, 미국산 농산물 수입 축소, 보복 관세 검토 등이 대응책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양국이 이처럼 극단적 공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 있는데, 양국의 엄포가 실현되면 미중은 물론 세계 경제침체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jjw@fnnews.com 정지우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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