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단독] '학기 중 복직 No!' 경기도교육청, 육아휴직 교사에 소송 당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9 11:00

수정 2020.05.11 10:02

경기도교육청, 인권위 시정권고도 불수용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유일 '불허'
대법원 패소 판례에도 '소송 불사'
[파이낸셜뉴스] 전국 교육청 중 유일하게 교원의 학기 중 복직을 불허하다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은 경기도교육청이 교사와의 소송전에 돌입한다. 학기 중 복직이 거부된 교사가 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09년에도 유사한 사안으로 교사에게 소송을 당해 대법원으로부터 패소판결을 받아들었다. 교육부와 인권위로부터도 시정권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개별 교사와 소송을 진행하는 교육청의 선택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 교육청 중 유일하게 육아휴직 교원의 학기 중 복직을 불허한 경기도교육청이 교사와의 손해배상소송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fnDB
전국 교육청 중 유일하게 육아휴직 교원의 학기 중 복직을 불허한 경기도교육청이 교사와의 손해배상소송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fnDB

■'학기 중 복직 불허' 교사, 교육청 상대 손배소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 산하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모 교사가 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첫 변론기일은 7월 초로 잡혔으며, 교육청 법무팀이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두 아이의 아버지로 2년 가까이 육아휴직 중이던 이씨가 지난해 12월부로 복직을 신청하며 촉발됐다. 첫 육아휴직 과정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해 육아휴직을 연장한 이씨가 경제적 이유로 학기말인 12월 복직을 신청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청은 내부 규정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원의 육아휴직 복직이 방학이 끝난 학기말에만 허용된다는 인사실무편람 규정이 이유였다.

이에 이씨는 교육청 결정이 부당하다며 교육부와 인권위 등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유사한 사례에서 복직불허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고, 교육부 지침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을 제외한 모든 교육청이 교사의 학기 중 복직을 허용하고 있다는 게 근거로 제시됐다. <본지 2월 22일. ‘[단독] 전국 유일 "학기 중 복직 불허" 경기도교육청... 교육부 이어 인권위도 시정권고’ 참조>

이씨는 △1년 이상 장기휴직자로 경제상황이 어렵고 △방학까지 한 달 이상 남았으며 △자신을 대체하는 기간제 교사도 한 학기만 계약한 상태로 퇴직금 수령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소위 방학 기간 기본급 및 성과금 수령을 노린 ‘얌체 복직’이 아니란 것이다.

교육부와 인권위 모두 이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경기도교육청의 학기 중 육아휴직 복직 불허 결정이 부적절하므로 내부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육공무원의 육아휴직 종료일을 학기단위로만 허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교육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교원으로 하여금 원하는 경우 자유롭게 분할하여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한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2두4852)이 있는데다,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이미 관련 규정을 개정해 시행 중에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이씨를 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야 복직시켰다. 교육부와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인권위 시정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교육청은 사유를 공개하길 거부했다. 출처=fnDB
인권위 시정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교육청은 사유를 공개하길 거부했다. 출처=fnDB

■인권위 시정권고도 '불수용'... 사유는 "비공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인권위에 권고를 사실상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인권위 시정권고를 받은 지 90일 내에 권고이행 여부를 인권위에 통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청에 권고 불수용 이유를 문의하자 "위원회가 밝히기 전엔 사유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위원회는 해당 내용을 일반에 공표할지 여부를 논의 중에 있다.

교육청이 인권위 시정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며 이씨와 같은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09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오모 교사와 올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이씨의 경우가 사실상 같음에도 교육청이 소송을 불사한 상황에서 국민세금이 소송비로 낭비될 가능성이 적잖은 것이다.

2009년 오모 교사가 대법원에서 승소하며 교육청이 소송비 전액을 부담해야 했고, 이미 판례가 있는 이씨의 경우에도 승소하면 소송비 전액을 교육청이 보전할 가능성이 크다.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경우 교육청의 소송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때 인권위 결정도 있고 하니 (복직을) 늦게라도 결정해주면 취하하겠다고 했는데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나왔다”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국민세금으로 소송을 하겠다는 건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합리한 관행이나 잘못된 문화·제도 등의 사례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김성호 기자의 e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실태와 문제점, 해법 등 충실한 취재를 거쳐 보도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제보와 격려를 바랍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