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수술' 맞서는 김선웅 원장 인터뷰
검찰·국회·복지부 등에 실태 알렸지만
변화없어 유튜버 '닥터 벤데타'로 변신
명예훼손 피소... 진상규명 기회 삼겠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전국 각지에서 일면식 없는 이의 재판을 보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재판을 받는 건 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 김선웅 원장으로, 온라인에 유령수술을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을 적었다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공판정에 섰다. <본지 4월 25일. ‘"의료범죄 스톱!" 시민들이 성형외과 원장 재판에 온 이유’ 참조>
검찰·국회·복지부 등에 실태 알렸지만
변화없어 유튜버 '닥터 벤데타'로 변신
명예훼손 피소... 진상규명 기회 삼겠다
김 원장은 한국 성형외과의 ‘유령수술’ 실태와 6년째 싸워온 현직 성형외과 전문의다. 그가 이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진 데는 2013년 ㄱ성형외과에서 발생한 여고생 사망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성형외과 원장이 유튜버가 되기까지
당시 이 병원에서 수술 받은 여고생이 뇌사 상태에 빠진 뒤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등 화제가 됐다. 당시 환자가 받은 수술이 사망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은 수술인데다, 삼척에서 고교 친구 80여명이 서울로 올라와 병원 앞에서 책임을 묻는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의사회 차원에서 보름여 간 조사가 이뤄졌고, 김 원장은 이후 사건 처리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조사를 통해 ‘유령수술’의 충격적인 면모가 조금씩 드러나자 의사회는 병원 원장과 수술의사 등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내부고발자들이 나서 실제 수술을 사전 합의된 전공의가 아닌 치과·이비인후과·산부인과 의사 등이 했다는 진술까지 내놨지만 검찰은 상해가 아닌 사기죄로만 병원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심지어 재판도 수차례 미뤄지며 병원장 유모씨에 대한 재판은 6년이 넘도록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김 원장이 유튜버로 변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개설한 ‘닥터 벤데타’ 채널엔 지난달까지 10만명에 육박하는 구독자가 붙었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열성팬을 자처하며 직접 법원에 찾아와 김 원장을 응원하는 등 유령수술 문제 공론화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김 원장 역시 적극적으로 사건분석 영상 등을 찍어 올리고 있다. 이중 2016년 이른바 ‘공장식 수술’로 사망한 권대희 사건 분석영상은 140만 조회수를 훌쩍 넘겼다.
■명백한 '수술범죄'... "상해죄로 처벌해야"
지난달 말 천안시 ‘닥터 벤데타’ 사무실에서 김 원장과 만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김 원장은 수사기관이 유령수술과 그 진화형인 공장식 수술을 상해 또는 살인죄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원장은 “(ㄱ성형외과 사건에서) 의사회가 제보자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갖고 경찰청에 사건을 가져갔는데 상해나 살인이 아니라 사기죄로 다루더라”며 “재판에도 증인으로 나갔는데 공판에서 죄다 돈 문제만 묻고 따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털어놨다. <본지 4월 30일. ‘조영남 대작사건 기소한 檢, 고지 안 된 의사가 수술하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조>
김 원장은 “동의를 받지 않은 의사가 대신 수술을 한다는 자체가 상해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건데 치과의사가 대신 하면 더 싼지 아닌지 이걸 묻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환자가) 침해당한 권리는 생명권과 신체권인데 상해가 아닌 사기죄로만 접근하니 계속 막히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현행법체계에선 수술이 그대로 상해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의 수술행위가 상해죄에 해당하지만 환자의 동의와 치료란 목적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러한 법리에도 수사기관이 유령수술과 공장식수술을 사기죄로만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그는 “처음 유령수술을 당한 사람들을 (수사기관에) 모아서 갔더니 충분히 (상해)미수죄로 기소할 수 있는데도 장애나 부작용 있는 사람만 추려서 상해로 가자고 하더라”라며 “동의 안 된 사람이 들어가서 환자 신체를 절단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데 참 답답했다”고 설명했다.
■김선웅 "범죄수술 처단에 남은 인생 걸겠다"
김 원장은 피고인 신분으로 맞이한 두 건의 명예훼손 재판을 ‘수술범죄’ 실태를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6월로 미뤄진 변론기일에서 35분여의 변론기회를 받은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검사 측 공소내용에 대한 반박과 함께 그간 추적해온 수술범죄 현황과 실태를 증언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닥터 벤데타’ 채널이 사법당국이 범죄수술을 처벌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램도 밝혔다. 김 원장은 “최종목표는 범죄수술을 처단하는 것”이라며 “일단 한 건이라도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나 사기가 아닌) 살인죄나 상해죄로 처벌을 받게 되면 이후엔 나라에서도 특별법을 만들고 관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살인이나 상해 같은 중범죄로 다루게 된다면 가담정도가 낮은 간호조무사나 마취과 의사들이 (유령수술이나 공장식 수술이) 범죄임을 실감하고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의사집단의 도덕성이 내려간 부분이 있는데, 이제라도 금단의 열매를 따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반인권적 수술대 위에 사람을 눕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원장은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령수술살인'을 멈추기 위해 '성형사망' 피해자 숫자를 파악해서 알려주십시오'란 제목의 청원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청원엔 사흘만에 1만7000여명의 시민들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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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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