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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청으로 승격 발표...인사권, 권한 없으면 무용지물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0 16:07

수정 2020.05.11 12:54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감염병과 관련된 보건의료체계 개혁 범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 복수 차관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계의 오랜 염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10일 청와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출범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TF에서 질병관리본부장 출신의 이종구 서울대 교수가 첫 회의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이 TF에서는 이달 말까지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에 따른 보건의료 혁신 방안을 마련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청 승격 문제는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에 대한 개정이 돼야 가능하다.

의료계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보였다. 실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10년 정부에 복수차관제를 제안한 이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앞으로도 신종감염병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복수차관제도 도입돼 보건분야를 대변할 수 있는 차관이 의료계 현실을 정책에 반영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허울 뿐인 청으로 승격에 대해서는 경계를 보였다. 실제 질병관리본부는 이미 감염병이 유행한 후 두차례에 걸쳐 조직이 개편됐다. 국립보건원이었던 질병관리본부는 2003년 사스 이후 질병관리본부로 조직이 바뀐 것이다. 이후 2015년 메르스를 겪으면서 차관급 질병관리본부로 승격됐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지금도 질병관리본부장이 감염병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브리핑을 책임지면서 보건복지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대구·경북지역에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와서 진두지휘했다면 사망자가 줄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면 그만한 권한도 함께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청으로 승격한다면 그에 맞는 권한과 인사권이 확보돼야 한다"며 "또 보건복지부 기능 중 보건 기능을 일부 가져와서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청으로 승격해도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므로 통제를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 교수는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조직 개편을 했지만 인사권이 없다보니 전문인력을 키우지 못하고 오히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질병관리본부에 내려오는 형식"이라며 "식약처처럼 독립적인 기관으로 분리해 전문인력을 키우고 백신, 치료제 연구개발도 결정할 수 있는 위기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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