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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예술 아카이브 구축 '탄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2 09:39

수정 2020.05.12 09:39

원로예술인 구술 기록화 사업, 소장 자료 아카이빙도 함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보내온 전보. 사진=대구시 제공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보내온 전보. 사진=대구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구=김장욱 기자] "당신들의 예술혼,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대구시가 문화예술 아카이브 구축사업(이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작고(作故) 예술인들의 유족과 원로 예술인들이 소장 자료 기증의사를 밝혀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가장 먼저 기증의사를 밝힌 인물은 오페라 운동가 이점희(1915~1991)의 아들 이재원씨. 이씨는 선친의 유품 전체를 대구시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점희 선생은 계성학교에서 작곡가 박태준에게 음악을 배운 것을 계기로 음악가로 성장한 한국 서양음악의 1.5세대 예술가다. 일본 유학 시절, 오페라 '춘희'의 주역으로도 활동했고 해방 직후 귀국, 6·25전쟁기인 1950년부터 음악학원 운영,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교수, 영남대 교수 등을 역임하며 음악인을 양성했고, 지휘자 이기홍(1926~2018)과 함께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대구시립오페라단 창단의 토대를 닦은 인물이다.

기증 유품은 1950년 6·25전쟁 직전 문을 연 음악학원에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 사용한 축음기와 피아노(1930년대 독일산), 강의 자료와 음악활동 기록이 담긴 영상 자료들, 6·25전쟁기 대구에 자리잡은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팸플릿, 1970~80년대 오페라 공연 자료, 포스터 원화 등을 비롯해 백여 점에 이른다.


이점희 선생이 1950년 이후 제자들을 가르칠 때 사용한 1930년대 피아노. 사진=대구시 제공
이점희 선생이 1950년 이후 제자들을 가르칠 때 사용한 1930년대 피아노. 사진=대구시 제공

또 대구시향 초대 지휘자 이기홍 선생의 유족도 대구시향의 전신이던 대구현악회, 대구교향악단, 대구방송교향악단의 공연 기록이 담긴 사진과 팸플릿, 악보 등을 기증하기로 했다.

대구방송교향악단(1963년 창단) 창단 공연 때 받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친필 사인이 담긴 축하 전보 등도 포함돼 있다. 이 자료들을 통해 지방의 교향악단이지만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노력한 당대 음악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이번 자료 수집을 계기로 지역 문화예술의 역사가 담긴 중요한 자료들을 보관하고 예술장르와 예술인의 가치를 재조명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박희준 시 문화체육관광 국장은 "지난해 준비 기간 시와 작고예술인 유족, 그리고 원로예술인들이 여러 차례 소통하며 서로 신뢰감을 형성한 결과 이같은 성과를 가져왔다"면서 "시를 믿고 소중한 자료들을 맡겨주신 만큼 보존과 분석 과정을 거쳐 시민들과 연구자들이 향토 예술사를 올바로 이해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료들을 개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지난 2월 '대구예술'을 비롯한 문화예술 잡지 공개 수집을 통해 수백점의 자료를 수집했고 이를 대구문화예술 디지털아카이브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동안 행방을 몰랐던 '대구예술' 창간호와 제2호는 서울의 수집가 이인석 ㈜이랜드 서비스 대표가 기증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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