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경기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 유현주, 코로나19, 철저한 방역, 무관중, 세계 최초, 임희정. 17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막을 내린 KLPGA 시즌 첫 메이저대회 KLPGA선수권대회의 키워드다. 그 중에서도 공동 51위로 대회를 마친 유현주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언론은 대회 기간 내내 유현주의 일거수일투족에 초점을 맞춘 뉴스를 쏟아냈다. 매일 많이 본 뉴스 '톱5' 중에 서너개를 장식했다. 2011년 입회한 이후 3시즌밖에 활동하지 못한데다 정규투어에서 단 한 차례도 '톱10' 입상이 없는 선수에게 이처럼 광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1라운드 땐 2오버파를 쳐 공동 83위에 그쳤음에도 포털에 실검 1위에 올랐을 정도다. 2라운드 때도 언론의 관심은 예외가 아니었다. 빗속에서 자신의 베스트 타이인 6언더파를 몰아쳤으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기사에 첨부된 사진은 우의를 입어 몸매가 가려진 사진이 아니라 첫날 입었던 글래머러스한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난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트래픽을 염두에 둔 기사에 네티즌들도 엄청난 댓글로 호응했다.
'유현주 현상'에서 보듯 언제부턴가 KLPGA투어는 외모가 인기의 척도가 되고 있다. 언론은 곱상하고 몸매가 좋은 선수에게 '섹시퀸'이라는 수식어를 주저없이 달아준다. 거기에 선수의 기량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그 반대에 해당하는 선수는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도 뉴스밸류에서 떨어진다. 심지어 투어 초년병인 어린 선수들에게 '치마 길이가 짧으면 짧을수록 인기를 얻는다'고 코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KLPGA챔피언십은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골프투어가 개점휴업 상태인 가운데 열린 최초 대회다. 그만큼 전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하에 한국은 많은 부문에서 세계의 모델이 되고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야구, 축구에 이어 골프도 한국에서 처음 시작돼 'K-스포츠'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런 역사적 의의를 갖는 골프대회가 지나친 선정성 논란에 휩싸여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걸 바라는 골프팬들은 없을 것이다.
십수년 전 유럽여자프로골프(LET)투어가 이른바 '섹슈얼 어필' 전략으로 승부를 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팬들로부터 인기를 얻기는커녕 아직도 마이너 투어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KLPGA투어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선수들은 출중한 경기력으로 승부를 걸고 팬들은 명승부와 감동 스토리에 환호와 박수 갈채를 보내는 KLPGA투어가 되길 바란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golf@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