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성기를 깨문 내연녀를 발로 차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성기를 깨문 것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이를 빌미로 더 큰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단순한 정당방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는 폭행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6)에게 원심인 징역 5년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6월25일 오전 5시30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A씨는 내연녀 B씨(39·여)가 자신의 성기를 깨물자 격분해 오른쪽 턱 부위를 발로 찬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뇌출혈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당시 A씨와 B씨는 만취한 상태였다.
당황한 A씨는 당시 부인 C씨에게 전화를 걸어 "여자친구와 다투던 중 사망하게 했다"고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C씨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재판 내내 "몸싸움을 한 사실이 전혀 없고, 잠을 자던 중 갑작스럽게 성기를 깨물려 B씨를 밀치고 발로 찬 것이다"며 "불안스러운 상황에서 공포로 인한 것이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하지만 몸싸움을 하지 않았다는 A씨의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1심은 ΔA씨가 최초의 경찰조사에서 주차장과 집에서 싸웠다고 진술한 점 Δ 카페트, 의자, 물컵 등 곳곳에서 혈흔이 발견된 점 Δ사건 당시 A씨가 입은 옷이 찢어진 채 발견 된 점 ΔA씨와 B씨 몸에 다수의 상처가 남아있는 점 ΔA씨가 B씨의 머리채를 잡은 장면이 CCTV에 찍힌 점 등을 근거로 몸싸움이 일어난 것으로 봤다.
또 1심은 A씨의 행위가 형법 제21조(정당방위)의 제1·2·3항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은 "A씨의 행위는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으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B씨와 싸우는 과정에서 방어행위와 동시에 공격 행위를 한 것으로 봐야해 정당방위(형법 제21조 1항)으로 볼 수 없다"며 "이는 방위행위를 전제로 한 과잉방위(형법 제21조 2항)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의 폭행정도가 생명의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던 점으로 비춰보면 A씨의 방위행위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흥분, 당황으로 인한 때(형법 제21조 3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만을 내세우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해 죄책이 지극히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의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는 징역 3~30년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경위, 나이와 환경, 범행 뒤 정황 등을 고려해 권고형의 범위를 정한 뒤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을 참작해 양형을 한다.
1심은 사망한 B씨를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로 판단해 특별양형인자로 봤다. 이에 A씨에 대한 권고형의 범위를 징역 3~5년으로 정했다. A씨가 주장하는 정당방위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1심에서는 권고형의 최고형량인 징역 5년이 선고됐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고, 사건은 고법으로 왔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ΔA씨가 이 사건 후 성기를 10회 꿰매는 수술을 받은 점 Δ사건 직후 B씨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한 점 등을 고려해 권고형의 범위를 징역 2~4년으로 다시 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권고형의 최고형량인 징역 4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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