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올 실손 손실액 2조8000억… 손보업계 "비급여 관리 강화를" [위기의 보험산업 탈출구 없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7 17:28

수정 2020.05.17 17:56

<3> 실손보험에 발목 잡힌 손보사
보험료 1000원 받아 1372원 보상
도수치료 2000원~50만원 천차만별
비급여 관리도 의료계 반발에 막혀
보험사 판매 꺼리면 결국 고객 피해
올 실손 손실액 2조8000억… 손보업계 "비급여 관리 강화를" [위기의 보험산업 탈출구 없나]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줄면서 손해보험사들이 1·4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말 130%를 넘어선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은 코로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4분기 이후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늘면서 주범인 비급여 진료비 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손보사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도 비급여 관리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노무현 정권 시절 이후 십수년째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누계 손해율 137.2%, 손실 6931억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1·4분기 누계 실손보험 손해율은 137.2%로, 지난해 말보다 2.6%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5.9%포인트 각각 늘었다.
손해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보다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즉 올 1·4분기 보험사들은 고객으로부터 1000원의 보험료를 받고 보험금으로 1372원을 지급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 감염 우려로 병원 입원이 줄어 1·4분기 실손보험 손해율 하락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손해율은 지난해 말 보다 5.9%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업계는 2·4분기 이후에도 손해율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실손보험 손실액도 급증하고 있다. 1·4분기 실손보험 손실액은 6931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1725억원(33.1%)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실액은 2조4313억원, 현재 추세라면 올해 손실액 규모는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손보험이 제2의 국민보험으로 불리고 있지만 늘어나는 손실액에 생보사를 중심으로 실손보험 판매 중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도수치료 진료비 편차 250배 달해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은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비가 가장 큰 요인다.

의료비는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급여(보통 진료비의 70%)와 나머지 본인부담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로 나눠진다. 실손보험은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보장한다. 급여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진료를 적정하게 했는지 심사하고, 필요한 경우 진료비를 삭감한다. 하지만 비급여는 병원이 진료비, 진료량을 임의적으로 정하다 보니 병원마다 동일한 치료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심평원의 비급요진료비정보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가 많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진료비를 병원별, 지역별로 비교해보니, 대표적인 비급여 진료인 도수치료의 경우 최저 2000원에서 최고 50만원으로 진료비 편차가 250배에 달했다.

최근 늘고 있는 눈 계측검사비도 병원별로 진료비가 최저 1만원에서 최고 135만원으로 편차가 135배였다. 병원별로 시간, 난이도에 따라 진료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편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비급여 관리 논의, 십수년째 제자리

이에 표준가격제도 도입 등 비급여 진료비 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비급여 진료비 관리 작업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의료계 반발로 십수년째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2006년 노무현 정권 시절, 의료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비급여 진료비 관리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또 지난해말 공·사보험정책협의체에서 실손보험제도 개선과 비급여 관리 방안을 논의키로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첫 회의도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비급여 관리를 위해 △비급여 수가, 진료량 관리 △제3의 기관에서의 비급여 심사 등을 방안으로 꼽고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건강보험보장률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손보험은 개인 부담이 큰 의료비를 지원해준다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면서 "커지는 실손보험 손실액으로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꺼리는 상황까지 오고 있는 만큼 비급여 관리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