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소년범의 대부', '호통판사'로 널리 알려진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사진)가 18일 신간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사진)을 출간했다.
이 책은 천 판사가 지난 1년간 중앙일간지 등에 투고한 칼럼 등을 모아서 만든 것이다.
천 판사는 "가정을 비롯한 공동체의 해체가 심각한 시대에 '코로나19' 파문까지 확산되면서 새로운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공동선과 정의와 법의 의미를 되짚어봤다"며 "특히 교회 청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 판사는 오랫동안 정의와 법 문제에 천착해 왔다. '소년범의 대부'라 불리지만 그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에 기초한다.
소년범에 대한 응보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에도 한결같이 법의 경계를 넘어 그들의 회복까지 주장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개인에게 주어지는 마땅한 몫을 강요하는 권리사회에서 정의와 법의 방향을 되돌아보게 한다.
매일같이 뉴스를 찾아보는 현실이 알려주듯 정의와 법은 이미 우리 삶에서 친근하고 관심이 높은 주제다.
정의와 법의 깊은 의미까지는 모르더라도 법의 목적이 정의 실현이라는 것, 이를 토대로 불의하다고 판단하는 사건에 대해 곳곳에서 정의를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사회에 요구하는 최선의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는 오늘날 정의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선의 미덕이 사라진 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이 책은 기독교 영역인 선이 오늘날 윤리, 정치, 법의 영역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사유하고,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할 삶과 공동체의 모습을 알려준다.
1부 '공동체를 위한 선'에서는 선에 대한 이해의 출발을 최고 선이신 하나님에게서 찾는다.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좋다'는 선언과 '하나님의 형상대로의 창조'는 인간이 옳은 삶을 넘어 선한 삶을 지향해야 하는 신학적 근거라는 것이다.
2부 '공동체를 위한 정의'에서는 정의의 중요한 주제들을 숙고한다. 현대 민주주의 공동체는 호혜성과 연대성을 바탕으로 하는 정의의 공동체다. 하지만 기독교는 정의 실현을 넘어 희생과 용서가 기초인 사랑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저자는 사랑의 공동체의 모델로 예수공동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3부 '공동체를 위한 법'에서는 법의 덕목을 말한다. 인간다운 사회를 위해서는 실정법 이외에 책임과 사랑이라는 법의 덕목이 필요하다. 법을 지키는 궁극적인 이유는 제도를 넘어 법 이면의 선과 정의를 목적으로 성품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나를 중심으로 경계를 만들어 경계 안으로는 포용을, 밖으로는 배제하는 삶을 당연하게 여겼다"며 "정의의 영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경계를 허물고 기꺼이 사람의 책무를 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경쟁의 결과에 승복하고 정당한 몫을 얻는 정의의 공동체를 넘어 예수가 자신을 희생하며 일군 사랑의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고 요청, 우리 삶과 공동체의 모습을 성찰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를 능가하는 정의, 옳은 삶을 넘어 선한 삶을 위한 방향을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천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20년 어린이날 유공자 포상식'에서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로부터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보호처분을 받은 아동이 체계적인 상담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아동청소년상담교육센터 설립에 힘쓰는 등 소년범에 대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 구축에 기여한 공로 때문이다.
천 부장판사는 부산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부산지법, 부산고법 판사를 지내고 2010년 창원지법에서 처음 소년재판부를 맡았다. 3년 뒤에는 전문법관을 신청해 부산가정법원에서 소년재판 담당을 이어갔다. 8년간 소년재판을 맡으며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을 법정에서 엄하게 꾸짖거나 비행청소년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끌어안아 '호통판사', '소년범 대부'로 불려온 천 부장판사는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 등의 책을 집필해 법정 안팎에서 소년범에 대한 인식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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