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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 '투기등급' 회사채도 사는 SPV 설립…10조원 규모로 출발(종합)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0 12:32

수정 2020.05.20 12:33

정부·한은, '투기등급' 회사채도 사는 SPV 설립…10조원 규모로 출발(종합)
[파이낸셜뉴스] 채권시장안정펀드, 자산담보부증권(P-CBO) 등 회사채 시장안정대책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던 저신용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특수목적기구(SPV)가 10조원 규모로 6개월간 한시적으로 가동된다. 기구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회사채까지 매입이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20조원까지 규모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는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SPV 설립 계획을 밝힌 지 한 달 만이다.

정부와 한은은 채안펀드 등 기존 시장안정화 대책에서 소외돼있던 비우량등급 회사채(A등급 이하) 시장 지원을 위해 이번 대책을 내놨다. A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금액은 지난 3월 1조2000억원에서 4월 2000억원으로 급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와 비우량등급 회사채 간 스프레드(금리차)도 확대되고 있다.


SPV 재원은 정부 출자 1조원을 바탕으로 산업은행이 1조원 출자한다. 여기에 산은이 산업금융채권(산금채) 발행 등을 통해 조성된 재원으로 1조원의 SPV 후순위 대출자금 마련한다. 나머지 8조원은 한국은행이 선수위 대출로 책임진다. 따라서 손실이 나는 경우 정부와 산은이 먼저 손실을 책임지는 구조다.

정부 출자 1조원의 경우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내년도 예산 5000억원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신용위험의 20% 까지는 정부와 국책은행이 흡수하는 구조"라며 "20%를 넘는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중앙은행도 거기에 일부 위험에 노출이 된다. 중앙은행에 위험이 전이되는 상황은 발생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의 모델이 된 미국 연방준비제도 회사채 매입기구(SMCCF·유통시장 회사채 또는 ETF 매입) 도 이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매입대상 채권은 회사채의 경우 AA~BB 등급까지, CP·단기사채의 경우 A1~A3 등급까지 매입한다. 만기는 3년 이내로 제한한다.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이하인 기업은 매입대상에서 제외한다. 투기등급인 BB 등급 회사채의 경우 코로나19 충격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경우(Fallen Angel)로 한정한다.

정부와 한은은 금융시장 안정화라는 기구 설립 취지를 고려해, 동일기업 및 기업군에 대한 매입한도를 SPV 전체 지원액의 2% 및 3% 이내로 설정했다. 특정기업 특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매입가격은 시장금리에 가산 수수료를 붙이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가산 수수료는 최대 100bp(1bp=0.01%포인트) 이내로 부과한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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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은, 산은은 공동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칭)가 SPV 운영한다. 6개월간 한시적으로 기구를 운영한 뒤 시장 안정 여부 등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김 차관은 "(SPV 운영위원회는) 산업은행에 설치된다. 한은도 8조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대출하니까 당연히 SPV 운영위원회의 주요멤버로 참석해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한은에는 대신 선순위 대출 자격과 대출대상인 저신용 기업의 재무조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와 한은은 SPV를 우선 6개월간 한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상황을 감안해 지원규모와 운영기간을 확대한다. 지원규모는 20조원까지 고려하고 있다.
정부와 산은, 한은의 출자 비율도 동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한은은 SPV 가동 전까지 시장상황이 불안해질 경우 기존에 마련돼있는 채안펀드, P-CBO,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등을 통해 정책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한은의 대출안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사안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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