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좀비기업들이 고용시장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고 CNBC가 20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좀비기업들에 고용된 인력규모가 220만명에 육박해 추가 실업 도미노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좀비기업이란 부채를 끌어들여 연명은 하고 있지만 총수익으로는 부채상환 자체가 어려운 한계기업들을 말한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각 중앙은행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QE) 속에 금리에 목마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해 목숨을 부지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부터 국제결제은행(BIS)에 이르기까지 주요 국제기구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고,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CNBC는 아버 데이터 사이언스의 자료를 인용해 좀비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산재해 있고, 이들에 삶을 의지하는 직원들도 많다면서 산업그룹의 23만3000명부터 보험업종의 738명에 이르기까지 약 220만명이 좀비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에너지 장비·서비스 업종은 18만5000명을 고용해 3위를 기록했고, 문을 열지 못해 줄도산을 앞두고 있는 호텔·식당·레저산업 에서는 15만3000명이 일해 고용규모로 4위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실업률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14.7%로 치솟았고, 4월말 현재 23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 좀비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근본 바탕은 연준의 무제한 통화완화 정책이다.
특히 연준이 회사채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회사채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여기에 신용등급이 코로나19 기간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이른바 '타락천사' 회사채도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회사채 시장이 다시 살아난 것이 좀비기업들도 되살리는 효과를 냈다.
연준이 3월 회사채 매수를 약속한 뒤 투기등급 회사채로 구성된 SPDR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고수익채권 ETF는 18% 넘게 급등했다.
특히 좀비기업들 가운데 일부 대형업체들은 연준의 시장 개입 뒤 코로나19 이전보다도 더 쉽게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됐고, 위험 자산가격 상승 여파로 주가까지 뛰면서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찰스슈바브의 수석투자전략가(CIS) 리즈 앤 손더스는 "지난 한달 반 동안의 좀비기업들이 보인 뛰어난 성과는 매수 압력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투기적인 상승장의 성격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비판했다. 좀비기업들의 회사채, 주식 수요 확대는 투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손더스는 주로 소규모 옵션 트레이더들, 데이 트레이더들이 이들 좀비기업 자산을 사들였다면서 심지어 평소에는 스포츠 도박을 하던 놀음꾼들도 끼어들었다고 우려했다. 도박꾼들은 스포츠 경기 자체가 취소되면서 주식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는 좀비 증가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면서 "지금 시장의 모멘텀이 기반한 것이 이같은 투기"라고 지적했다. 손더스는 "지금 시장은 그 자체로 매우 매우 투기적인 자가발전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TS 롬바르드의 스티브 블리츠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회사채 투자는 특정 회사채를 사는 방식이 아닌 ETF인데다 ETF 기준에는 좀비기업들이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좀비기업 투자에 묻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지난 12일부터 뉴욕연방은행이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들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회사채 매입을 시작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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